◇호반 퍼시픽리솜·거제씨월드의 위법 돌고래 반출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큰돌고래는 생태적 보호가치가 높지만,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어 보호·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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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주지검은 △피의자들이 사실관계를 인정·반성하는 점 △제주도와 해수부 등 관계기관 간 허가 필요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점 등을 이유로 위법성 인식이 미약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수사 기조는 퍼시픽리솜 관계자들이 큰돌고래 무단반출 전 양도·인수에 관한 법 조항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바뀌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퍼시픽리솜 관계자는 무단반출 4일 전인 지난해 4월 20일 제주도 측에 돌고래 이송 계획을 전달하며 야생생물법에 따라 양도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산강환경유역청에 따르면, 양도신고서는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 나아가 퍼시픽리솜은 무단반출 3일 후 제주도 당국 관계자가 큰돌고래 이송 사실을 확인하려고 방문하자 ‘본사의 지시’라며 수족관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퍼시픽리솜 측은 현장점검을 나온 관계자에게 “양산강유역환경청에서 양도신고필증을 교부하면 돌고래를 이송할 계획”이라고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거제씨월드는 정기 현장점검을 나온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태지와 아랑이의 무단 반입을 숨기고 기존 돌고래 9마리에 대해서만 거짓 보고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됐다.
이에 검찰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항고이유서 등을 토대로 허가 관련 공문서 추가 확인, 관계 공무원 재조사, 관련 기록 검토 등을 통해 범행동기와 경과 등 혐의를 재차 확인한 결과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피의자들을 기소했다.
◇제보 있었지만 ‘법 해석’에 발목 잡힌 대응
당초 제주도 해양산업과는 업체들의 큰돌고래 무단반출을 인지한 뒤 내부 법률을 검토한 결과 수족관 간 돌고래 이송은 해양생태계법 제20조의 허가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해양보호생물인 태지와 아랑이의 이송은 해양생태계법 제20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며 제주도의 허가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에 제주도 해양산업과는 무단반출이 이뤄진 지 4일 만에 퍼시픽리솜 측에 ‘야생생물법 제16조 제6항 외에 해양생태계법 제20조 1항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공문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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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이 잃고도 또 바다쉼터 예산 뭉갠 기재부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의 초법적 영업도 문제지만, 더 시급한 현안은 태지와 아랑이의 반출 불법성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돼 몰수되더라도 보호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해수부를 중심으로 바다쉼터를 조성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바다쉼터란, 돌고래쇼 등 상업적 이용에 쓰인 고래류가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남은 여생을 살아가도록 돕는 보호시설이다. 100km 이상을 유영하는 생태적 습성을 지닌 고래류를 방류하기 위해선 야생 적응을 위한 훈련 기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일본에서 수입된 태지와 아랑이를 한반도에 야생방류를 했을 경우 적응을 장담할 수 없어 바다쉼터가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 17년 동안 수족관에 갇혀 쇼에 동원됐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2개월의 야생적응훈련을 받고 작년 10월 방류됐으나 관찰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선 섣부른 방류로 비봉이가 사실상 폐사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바다쉼터 조성 당위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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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일본에서 수입해온 태지와 아랑이를 국내 해역 바다쉼터를 조성해 방류하는 것이 그들의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우리 사회가 응당 보여야 할 책임 있는 자세”라며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4월 중순쯤 바다쉼터 조성이 적합한 국내 해역 후보지 2곳을 답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