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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주의`의 화려한 부활..위기대처 국제공조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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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기자I 2008.12.24 13:26:42

리세션으로 `독자생존` 모색..보호무역 정책 잇따라
각국 보조금 지급, 반덤핑 조치 등 취해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경제성장 둔화를 막기위한 보호주의 장치 마련은 결국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최소한 1년간은 어떤 무역장벽도 세우지 않겠으며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반대한다"

G20에 이어 아·태경제협력체(APEC)까지 전례없는 세계적 난국에 최근 만남이 잦아진 각 국 지도자들은 보호무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거듭 표명했다. 자유무역을 통해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겠다는 굳은 결의도 재확인했다.

193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이 경기후퇴(recession)를 대공황으로 확대시키고 결국 인류 역사상 큰 오점으로 남은 세계대전으로까지 몰고간 역사의 교훈이 각 국 정상들의 결단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미사여구들은 한 달 여만에 공염불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의 불씨가 스멀스멀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미국과 유럽, 중국과 같은 주요국들이 모두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위기에 직면해 역사적 공조를 펼쳤던 각 국의 노력들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아 보호주의 확산에 대한 우려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 보호무역의 화려한 부활

1930년대 경기후퇴 발발 당시 미국은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2만개 이상의 품목에 기록적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법`을 재정했다. 이는 통상전쟁을 통해 전 세계의 무역장벽을 높였고 결국 대공황의 촉매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조치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픈 역사의 반복`을 우려한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각 국 정상들은 대공황의 재현을 막아야 한다며 보호무역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보호무역은 이미 그들의 뒷마당에서 발아하기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 빅3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종의 보조금으로 경쟁환경을 왜곡시킬 수 있지만, 미 정부는 결국 빅3 지원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와 유럽 주요국, 중국, 남미 국가들이 일제히 차산업 지원에 나섰거나 지원을 검토 중이다.  
 
결국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지원을 받는다면 각 업체의 상대적 경쟁력은 변화가 없다. 현금 수혈을 통해 목숨을 연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혈세만 낭비하고 소득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외국 약탈자(foreign predator)`라고까지 표현한 외국 기업들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76억달러 규모의 지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러시아는 자국 차산업 보호를 위해 버스 등 자동차 수입 관세를 25%에서 30%로 높였고, 미국을 겨냥해 가금류와 돼지고기의 관세도 인상키로 했다. 러시아는 미국 가금류업계의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에만 7억4000만달러 어치를 수입했다.

베트남은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8%에서 12%로 높였고, 우크라이나와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수입산 와인과 의류에 대한 관세 인상도 고려 중이라고.  

인도는 수입 자격제한을 통해 강철제품과 원목제품의 수입로를 좁혔으며, 중국산 철강 및 화학제품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반덤핑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는 라이센스를 받는 사람만이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통해 최소 500개 품목에 대한 수입제한에 나섰고,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종이바인더 부품업체에 79%의 관세를 재부과할 예정이다.

보호주의의 주요 타깃으로 각 국에서 철퇴를 맞고 있는 중국 역시 수출업체에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방법 등을 통해 수출 촉진에 나섰고, 중국의 위안화 통제는 여전히 보호주의 논란의 단골 메뉴다.  

◇ 왜 지금인가?..정치와 경제의 화학작용

사실 21세기 들어 보호무역 논란은 항상 있어왔다. 직접적으로 관세를 높이지 않더라도 수입 자격 제한이나 쿼터 부과, 국내 산업에 보조금 지급, 생산지 규정(rules of origin) 등을 통한 비관세 장벽 등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적재산권과 상표권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도 한 몫 했다. 
 
▲ 악화되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자유무역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무서운 성장세로 각국 산업을 초토화시켜 온 중국 등 개도국을 상대로 한 보이지 않는 장벽들은 끊임없이 높아지고 있다. 각 산업에서 반덤핑 조치가 끊이지 않고, 노동환경에 대한 제한 등도 강화되는 추세. 일각에서는 중국산 품질 논란도 보호무역 조치의 일환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이 같은 보호무역 움직임이 더 노골화되고 다양해진다는 것이 문제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은 정부를 압박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귀찮은 짓`에 사력을 다하게 되고, 유권자와 후견인들을 의식한 정부도 결국은 정치적 결단을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심각한 경제적 위기`라는 절박함을 느끼는 정부는 세계경제에 앞서 `나부터 살고보자`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위기 앞에 이성은 마비되고 논리는 힘을 잃는다. 특히 자동차산업과 같이 고용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산업의 경우 경제위기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 
 
이렇게 산업 구제가 물꼬를 튼다면 그 범위는 급속히 확산될 수 밖에 없다.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도 어려운데다 보이지 않는 정치적 힘들이 작용하기 때문. 금융업계과 자동차산업에 대한 전 세계적 지원 러시에 이어 반도체와 IT, 바이오기술(BT) 기업들에 대한 구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보호무역의 확산은 산업에서 산업으로 뿐 아니라 나라에서 나라로 확산된다. A국가의 산업 지원은 자연스럽게 B국가의 동일산업의 피해를 담보로 한다. 산업이 뿌리채 흔들리는 상황을 막기위해 타국 정부들 또한 지원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선례`라는 핑계가 있기에 결단도 빠르고 쉽다.
 
다트머스 대학의 더그 어윈 경제학과 교수는 "1930년대 미국의 스무트-할리법 자체는 큰 충격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보복으로 이어진 것이 문제"라며 "다른 국가들에게 보호무역의 문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무력한 WTO..깊어가는 고민

코넬대학의 무역정책학 교수인 에스워 프라사드는 "수출 기업들은 혁신적이고 동적이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향이 있다"며 "만약 통상전쟁으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워진다면 실업은 더 증가하고 경제는 더 빨리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이 아무리 `역사적 공조`를 통해 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부양해고 보호무역이 확산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보호무역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A에서 B로 이동시킬 뿐이며, 본질적으로 더 낮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누리게 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는 낮아지고 각 국 기업들은 수 많은 세금을 먹어치우고도 망할 수 있다. 독자생존을 위한 보호무역 조치가 결국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각 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증가할수록 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론도 힘을 얻고 있다. 자유로운 통상에 반하는 움직임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이를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 등도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WTO는 각 국의 결정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국제기구의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합법화하는 과정에서 이미 WTO의 두 기둥인 `최혜국대우(MFN)`와 `내국민 대우` 규정을 위반하는 등 다수의 제도·구조적 헛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 이해에 따라 개도국과 비개도국의 위치를 오가며 WTO의 각종 특혜와 예외 조항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고, 이를 막지 못 한 WTO가 선진국에 큰 소리를 칠 수 있을 리 없다.
 
미 민간경제연구기관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제프리 스콧 선임 연구원은 "WTO 규정에 합당하다고 해서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 할 수도 없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마샬펀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유럽 국민들의 상당수가 `이민자 대부분이 불법으로 들어왔다`거나 `이민자는 기회요인이기 보다는 문제요인`이라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은 더 적대적이고 차가워질 것이다. 대공황의 `데자뷰`는 경제 상황에서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국가적 대응과 국민적 대응에서도 이미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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