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해외 투자자 서한 보내 밸류업 의지 강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외국계 사모펀드 만나 경제 성장 가능성 설명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서한 “대내외 우려에도 밸류업 추진” 전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자, 금융그룹 회장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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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해 성과를 소개하고 그룹의 밸류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임 회장은 서한에서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높은 정치적 성숙도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을 더욱 강하고 견실한 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우리금융을 비롯한 밸류업 공시 기업들의 강력한 이행 의지 등에 비춰볼 때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변함없이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금융은 은행 지주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면서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았다”며 “금융업의 본질인 공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금융, 자본시장, 글로벌, 자산관리 등 핵심사업 분야에서 계열사별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이달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탈 최고경영진과 면담하며 우리 경제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또 하나금융이 최근 불확실성이 확대된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고 기업이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양사는 이번 면담에서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 국내 신규 투자 계획, 미래 신사업 전망 등을 논의하고, 전략적 협업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함 회장은 “베인캐피탈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협업 사업을 한층 더 강화하고 세계 시장에서는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양사의 시너지가 여러 방면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 함영주(오른쪽) 회장과 존 코노턴 베인캐피탈 글로벌 CEO가 지난 17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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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6일 해외 투자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강조했다. 양 회장은 “KB금융은 지난해 10월 공시를 통해 주주들께 약속드린 그룹의 지속 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최근 한국을 둘러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금리·환율 등의 변동성 확대로 영업 환경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는 데 깊이 공감하며,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그룹 회장들이 밸류업 계획 설명에 발 벗고 나선 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금융그룹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50원 대의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금융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CET1 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자본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보통주 자본을 바탕으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에 비례해 얼마나 안정적인 자본을 가졌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쉽게 말해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밸류업 정책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5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이 올라 원화 가격이 낮아지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 특히 외화부채의 평가액이 늘어나 분모인 위험가중자산(RWA)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지주사별 CET1 비율은 KB금융 13.85%, 하나금융 13.17%, 신한금융 13.13%, 우리금융 11.96%다. 그런데 지난해 3분기 말 1307원이었던 환율이 지난해 말까지 160원가량 올랐다.
|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사진=KB금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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