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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쑥쑥’ 친환경 팔방미인 ‘케나프’를 아세요?[르포]

강민구 기자I 2024.08.26 09:46:21

원자력연, 방사선 쏴서 국산 신품종 케나프 개발
친환경 데크 등 고부가 바이오산업소재로 활용
삼나무 7배 CO2 흡수···강도 높고 10~15% 가벼워

[전라북도 정읍=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여기가 케나프를 재배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 22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정읍 분원) 방사선육종연구센터 옆 노지(하우스나 시설재배를 하지 않는 방식)에 다가가자 작게는 수십cm, 크게는 3m 50cm까지 자란 식물(케나프)들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최고 33도까지 기록한 폭염에서도 잘 자라는 모습이었다.

센터 내부에서는 원자력연이 그동안 개발한 다양한 품종의 케나프 품종들도 전시돼 있었다. 시료를 직접 만져보자 나뭇가지처럼 가벼운 느낌이 들었고, 가운데 부분은 마치 젤리처럼 부드러웠다.

류재혁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사는 “케나프는 온도가 15도 이상돼야 하기 때문에 5월 이후에 심어서 10월말에 5m까지 키운 뒤 수확한다”며 “아프리카산 원품종은 심으면 우리나라에서 다 쓰러지기 때문에 지난 5년간 병충해를 극복해가며 최적의 품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류재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가 케나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케나프는 아프리카 원산의 1년생 나무줄기가 없는 초본식물이다. 크기가 3~5m까지 자라 긴 섬유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 기능성 벽지, 기능성 의류, 매트, 기름 흡착제, 숯, 사료, 연료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생장이 빠르고, 삼나무의 7배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해 탄소 중립에도 중요한 식물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대에 가마니를 제작하기 위해 케나프를 수입해 재배했지만, 아열대나 열대 기후에서만 꽃이 피는 품종 특성상 국내에서 씨앗을 수확하는 게 불가능해 재배를 계속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원자력연이 케나프 육종 연구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맞춤형 품종들이 연이어 개발됐다.

원자력연은 감마선을 쏴서 국내 최초로 케나프 신품종 ‘장대’를 개발하고 지난 2013년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이후 생산성과 기능성을 더 높인 신품종 ‘완대’, ‘원백’, ‘원청’, ‘적봉’을 차례대로 개발했다.

케나프는 섬유로 쓰거나 가루로 만든뒤 가공해 나무용 데크, 계란판, 아기용 기저귀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자료=한국원자력연구원)
‘장대’는 국내 기후 환경에서도 씨앗 수확을 가능하게 한 신품종이다. ‘완대’는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킨 품종으로, 많은 양의 케나프를 수확할 수 있다. ‘원백’과 ‘원청’은 염분이 많은 간척지에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해안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도 흡수할 수 있다. 항산화 효능을 가진 안토시아닌이 대량 함유된 ‘적봉’은 고기능성 섬유, 화장품, 항균 제품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케나프를 가루로 만든 뒤 가공하면 목재플라스틱복합재와 같은 친환경 바이오 소재도 개발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케나프가 포함된 목재복합재 제조용 조성물 기술을 개발한뒤 기존 화학 소재 대비 10~15% 가볍고 튼튼한 데크나 친환경 계란판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도 검증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도일에코텍과 충남 당진의 더자연에서 각각 목재 데크 대량생산과 계란판으로 쓰기 위한 실증을 마쳤다.

류재혁 박사는 “우리나라 데크의 40%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기술을 검증했기 때문에 앞으로 원료 공급망과 수급만 이뤄지면 국립공원 등산로나 개인주택 발코니에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강도는 일반 목재하고 똑같지만 가볍기 때문에 나무를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유용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원료 수급을 위해 재배 농가가 늘어나야 하고, 유통망도 확보해야 하는 것은 과제다. 원자력연은 전북도와 충남 당진군 소재 농업법인, 유통기업과 협력해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힘쓸 계획이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첨단 방사선 기술로 친환경 제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국가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케나프를 이용한 데크 시제품.(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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