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자본을 연결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최일용 SV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을 일컫는 수식어다. 그는 과학기술 인재 출신 심사역이다. 포항공대에서 신소재공학 학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공정개발팀에서 파운드리 로직 반도체의 소자 제조 공정을 최적화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성능과 생산 수율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심사역이 되는 과정에서 창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VC로 전직한 이유를 묻자 그는 “창업은 뾰족하게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하지만, 투자자가 되면 여러 비즈니스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더 빠르게 제품·서비스를 세상에 확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가 지닌 투자 철학은 ‘행복’에서 출발했다. 가까운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자신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대상을 가족과 친구, 지인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로 확장했다. 반도체와 환경·에너지 연구, 창업 준비, VC 전환 역시 모두 같은 방향성에서 비롯됐다.
그는 VC로서 자신을 자본이 있는 사람과 과학기술을 비즈니스화 하려는 창업자 사이를 잇는 ‘중계자’로 정의했다. 그는 과학기술과 자본시장, 양쪽 세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는 “자본가에게는 왜 이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창업자에게는 왜 특정 자본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설득한다”며 “과학기술이 실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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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강점 산업서 글로벌 딥테크 기회 찾아”
최 팀장이 과학기술 기반 창업자와 자본가를 잇는 인물인 만큼 투자도 ‘딥테크’ 영역에 집중돼 있다. 그는 그간 반도체·에너지·로봇·보안 섹터에 투자해왔다. 대표 포트폴리오로 △신원인증(ID) 테크 ‘호패(Hopae)’ △a물류 분야 인공지능(AI) 로봇 ‘콘토로(Contoro)’ △암모니아 기반 발전기 ‘아모지(Amogy)’ △로봇 키친 솔루션 ‘에니아이(Aniai)’가 있다.
최근엔 보안과 인프라, 피지컬 월드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챗봇이든 로봇이든 무언가를 하려면 사용자와 온라인상에서 소통을 해야 하고, 사용자의 권한을 위임받아 대신 행동해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며 “권한 위임과 실행 과정에서 보안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가정에도 소형 서버가 한 대씩 놓이는 시대가 오면 보안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잘하는 산업군에 주로 투자한다.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비즈니스를 풀어내는 스타트업에 집중한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에너지, 원자력, 수소, 배터리, 로봇, 방산, 보안, 조선, 철강, 건설, 플랜트, 정유화학뿐 아니라 푸드·패션·뷰티·콘텐츠·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강점이 있는 국가”라며 “순수 AI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미국과 중국 대비 부족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파워는 강하다”고 평가했다.
AI 발전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내놓는 비용이 낮아졌다. 다만, 그는 이런 분위기가 소프트웨어에 국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드웨어 비즈니스는 여전히 돈, 시간, 인력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앞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투자 모델이 나뉠 거라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술이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닌 만큼 국내 VC 역시 하드웨어와 AI·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회사에 더 관심을 둘 거라 예견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딜 발굴·성장 지원
최 팀장은 투자뿐 아니라 과학기술 인재와 자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잇는 활동도 직접 이끌고 있다. 과학기술·파이낸스·비즈니스라는 세 영역을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그는 지난해 미국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박사학위자(PhD), 테크 사업가, VC를 위한 네트워킹 데이를 주최했다. 올해는 런던에서도 해당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 팀장은 “우수한 한인 과학기술자들이 국내로 돌아와 창업할 수도 있지만, 현지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기반해 비즈니스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봤다”며 “유대인이나 대만, 인도 사례처럼 한인들도 현지에서 사업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관련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네트워크 중심 접근은 투자 검증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링크드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그는 “한 투자 건당 1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자 한다”며 “투자하려는 인물과 연결된 지인들에게 연락해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동종 산업 유망 플레이어나 해당 기술을 객관적으로 봐줄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해 투자 검토에 활용한다.
그의 투자 철학은 ‘성장’에 초점 맞춰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속도 만큼 심사역도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예컨대 그는 “대표에게 외부 트렌드와 산업 정보뿐 아니라 연구개발에 집중하느라 접하기 어려웠던 비즈니스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투자자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VC가 되기 위해선 “비즈니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만의 관점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회사의 탄생·성장·소멸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개발이나 리더·재무·영업 관리자 역할 등 스스로 비즈니스를 실행한 경험을 갖춰야 스스로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