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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후 아세안+3(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연쇄 회담을 열었다. 순서는 한미 정상회담-한미일 정상회의-한일 정상회담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설 한미일 3국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먼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근 북한의 전례 없는 공세적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북한이 어떠한 형태로든 핵을 사용한다면 한미 양국이 모든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북한의 고도화된 핵 능력에 맞게 한미 간 확장억제를 실효적이고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방당국 간 확장억제 관련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확장억제 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방위 및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으며,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관해 양측이 앞으로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또 한미일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미사일에 관한 3국 간 실시간 정보공유 의향을 표명했다. 사실상 한일간 지소미아를 다시 되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일간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11월 체결했으나 지난 2019년 8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대응책으로 우리 정부가 종료를 공식 발표하면서 3년만에 중단된 상태다.
한편 한미는 최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을 열고 북한 핵·미사일 억제·대응을 위해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전략과 작전을 공동 기획하기로 하는 등 미 확장억제 및 핵 정책에 한국의 관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과거처럼 미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전술핵 전력을 상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합의했다.
◇아세안 전략 주파수 맞춘 韓美…북한 고립 심화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독자적인 인태전략에 관해 설명한 후, 아세안, 태평양도서국이 우리의 인태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2일 아세안과의 정상회의에서 양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모두 아세안과의 관계를 격상해 스킨십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공유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및 미얀마 유혈사태 해결을 위해서도 아세안과 공조하겠다고 부연했다. 아세안과의 관계 격상이 중국 견제용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란 표현은 지난 3월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해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실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설명에서도 이같은 대목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프놈펜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전략경쟁의 전쟁터”라며 경제적 파트너 이상의 복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의 중국 견제 공조는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은 ‘혈맹’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한미는 이런 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 NSC 보과좐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하면서 “따라서 북한의 최악의 행동을 제지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 물론 중국이 그렇게 할지 말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중국을 압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