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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필리버스터 대상에는 방송 관계법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검수완박’ 관련 법안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쟁점 법안들이 포함됐다. 특히 제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쟁점 법안 처리를 추진하면 국민의힘이 안건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 여당인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며칠 단위로 짧게 나누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맞섰다. 국회법상 무제한토론 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되고,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장시간 이어지는 필리버스터로 인한 의장단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회의장과 부의장뿐 아니라 의장이 지정한 상임위원장도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국회에서 이뤄지는 필리버스터는 본래 도입 취지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로 여야 간 협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소수당은 무제한토론을 통한 입법 지연을, 다수당은 회기 단축이나 토론 종결을 통한 법안 처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제도가 여야의 정형화된 대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과장은 “제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법안은 대부분 무제한토론이 실시됐다”면서 “무제한토론 중에 본회의장에 재석한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말하는 의원’은 있지만 정작 이를 경청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의원은 찾아보기 어려운 셈이다.
민주당은 제한, 국민의힘은 권한 강화…엇갈린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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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실시 요건을 강화하고, 토론 도중 본회의 재석 인원이 의사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1에 미달하면 국회의장이 회의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리버스터 종결이 선포된 직후가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안건을 표결하도록 하는 절차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돼 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입법 독주’로 간주하고 필리버스터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국회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 강화 △회기 쪼개기 차단 △국회의장의 정회·산회 권한 제한 △필리버스터 발언 범위 확대 등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필리버스터 종결 정족수를 현행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석에서 3분의 2인 200석으로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호영 의원은 필리버스터 요구서가 제출된 이후 회기를 결정하거나 변경할 때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해 ‘회기 쪼개기’를 어렵게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강선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 합의가 없으면 국회의장이 회의를 중지하거나 산회를 선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다른 강 의원안은 필리버스터에는 ‘의제 외 발언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의원의 발언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수당 최후의 보루지만...‘나홀로’ 필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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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과장은 “미국에서도 필리버스터는 입법교착과 입법지연을 야기하는 주범이며 의회의 비생산성·비효율성·무책임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라면서 “특히 1975년부터 1인의 상원의원이라도 반대 의사를 밝히면 구두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고 해당 안건을 토론종결동의 요건인 60인이 찬성할 때까지 심의를 미루는 이른바 ‘침묵의 필리버스터’가 가능해지면서 쟁점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60인의 찬성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필리버스터 제도를 둘러싼 갈등과 개선 요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제1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는 다수당의 법안 처리와 소수당의 필리버스터가 충돌하는 양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다만 필리버스터 남용을 방지하더라도 소수 의견 보호라는 제도의 본질까지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무제한 토론은 쟁점 안건의 심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건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심의되며 소수 의견이 개진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는 입법 처리 효율성만 볼 것이 아니라 다수당의 일방적 처리를 견제하는 소수당의 권리라는 의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 과장은 “모든 안건을 대상으로 허용하는 무제한 토론을 미국 상원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입법이 시급한 법안이나 헌법상 대통령이나 행정부의 권한으로 존중되는 안건, 임명동의안 등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예외로 인정하기 어렵다면 해당 안건들에 대한 토론종결 요건을 단순과반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소수의 의원만이 재석한 가운데 무제한토론이 진행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는데, 듣는 의원이 없는 무제한토론의 의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무제한토론에도 본회의 의사정족수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