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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시선]포스코의 하청직원 직고용이 던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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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05.01 05:00:00

노봉법으로 원청 책임 강화
쏟아지는 교섭요구 대응 기로
미래 투자에 힘 실은 포스코
위험 외주화 근절 못할 경우
더는 기업 영속성 장담 못해

[이데일리 김영수 총괄에디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후 원청의 사용자성(임금·복리후생·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결정자) 인정을 놓고 조선, 물류, 철강, 건설 등 원하청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업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만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한 핵심 관계자는 올해 3월 10일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이들 4개 업종을 중심으로 원청을 대상으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사건 접수)가 봇물 터진 듯 밀려들고 있다고 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노동자가 소속된 회사뿐 아니라 원청에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을 등에 업은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의 단체협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10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 달간 372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1012개 하청 노조·지부·지회 소속 약 14만 6000명이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국 지방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성 관련 27건의 사건 중 25건에 대해 원청 업체가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접수 사건 대부분이 수용된 셈이다. 민간기업으로는 포스코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현대제철, 한화오션, SK에코플랜트 역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4월 27일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사용자성 심판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위임을 받은 화물연대 노조도 교섭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줄줄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나오자 교섭요구가 폭주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생산공장뿐 아니라 차량을 판매하는 대리점 직원들까지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쏟아지는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에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기업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하청업체를 두는 것 자체가 책임 또는 비용이 늘어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부담해야 할 법적 의무나 교섭 의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다만 원하청 사업구조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끊지 못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과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뤄진 중노위 결정을 놓고 본다면 원하청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조선, 물류, 철강, 건설 등 업종을 중심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포스코의 7000여 명 규모의 하청직원 직고용 결정이 던진 의미는 크다. 2011년 일부 협력사 직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첫 제기한 이후 15년 이상 끌어온 소모적 소송에 종지부를 찍은 데다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통한 안전관리 혁신의 발판을 마련해서다. 그간 포스코는 원하청 관계의 구조적 한계상 작업의 주체는 수급인(협력업체)의 통제하에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작업 개선에 대한 원청의 개입은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직고용 이후에는 협력작업이 통합됨에 따라 협업 구조가 단순화되며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직고용에 따른 부담도 최소화했다. 종전 협력사에 ‘협력작업 비용’ 또는 ‘공동기금 재원 출연’으로 집행하던 비용이 ‘직영 노무비·복리후생비’로 전환되는 것으로 손익에 중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결국 포스코의 하청직원 직고용 결정은 직고용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직고용 이후 업무 프로세스 개선, 직원 역량개발 등을 통해 생산·효율성을 제고해 경영안정성을 유지하는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포스코 사례와 같이 편익과 비용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더 사업구조에 합당한지를 비교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청업체 형태로 가져갈지, 아예 직고용을 하든지, 아니면 자회사 직원으로 고용하든지 등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위험의 외주화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계속기업으로서 영속할 수 없는 시대가 펼쳐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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