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최근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된 지 1년이 됐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우리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지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월 1일로 출범 1년을 맞은 성평등가족부의 초대 장관인 그는 지난 1년을 ‘다리를 놓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현장과 정부를 잇고, 서로 떨어져 있던 부처와 부처를 연결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다리는 좀 놓은 것 같다”며 “그 다리 위로 더 많은 것이 오고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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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와 임신중지 의약품, 고용평등공시제부터 청소년 정책까지 지난 1년간 여러 현안을 다뤘지만 원 장관이 특히 힘을 준 대목은 ‘촉법소년’이었다. 그는 “소년의 문제를 소년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의 99%는 국가와 사회, 가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 조정 검토만큼 위기청소년을 보호하고 비행 이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함께 일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내년 시행을 앞둔 고용평등공시제를 둘러싼 기업의 부담 우려에는 컨설팅 등을 통해 부담을 낮추겠다면서도 제도 도입 필요성은 분명히 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과 정부 부처의 안을 살펴봐야 한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소년의 문제를 소년에게만 책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의 99%는 국가와 사회, 가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기에 놓인 청소년 가운데 취약한 가정의 아이들이 많다.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부처인 만큼 이 문제에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온정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제도를 보완한다는 것은 비행을 저지른 소년의 사회복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비행소년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소년에 대한 회복 지원 역시 강화해야 한다. 그런 내용도 제도 개선안에 담겨 있다. 가해소년에게만 집중하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현행 연령을 유지하면서 제도를 보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나.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공식적으로는 국민 여론과 정부안을 살펴봐야 한다. 다만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 보완이라고 생각한다. 처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느냐는 생각도 한다. 10대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고 사람마다 성장하는 시간도 다르다. 비행을 저질렀던 청소년이 이후 가정을 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소년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고 사회복귀를 돕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소년 정책에 유독 관심을 두는 이유는.
△학교 안의 교육을 넘어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도 살펴야 한다. 학교 밖·가정 밖·위기청소년은 물론 SNS 등 학교를 벗어난 시간의 삶도 우리 부처가 관심을 갖고 제도를 채워나가야 할 영역이다. 우리 모두 청소년기를 거쳤다. 10대·20대·30대가 희망을 가져야 우리도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희망이 있다. 이들이 희망을 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해외에서는 청소년 SNS 이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있다.
△SNS를 잘 활용하면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는 관계를 만들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정부도 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청소년에게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기준 아래 이용하도록 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지 인간을 종속시키거나 피폐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 차원의 기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뭔가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겠나.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방향은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 규제 못지않게 인식과 교육이 필요하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의 긍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에서 여러 비행을 경험한 청소년을 결국 회복시키는 것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한 사람이다. 청소년들은 자율에 맡겨달라는 의견도 많이 낸다. 그렇다면 청소년에게 파고드는 나쁜 사이트와 어른들의 움직임, 도박·마약 같은 위험을 찾아내 차단하는 것은 어른과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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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담을 덜기 위한 컨설팅을 준비하고 있다. 500인 이상 기업부터 자율 개선 방식으로 시작하는 만큼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대상이 제한돼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고민도 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20여 년간 시행했지만 성별 임금격차를 충분히 좁히지 못했다. 인구절벽 시대에는 인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고용평등공시제는 반드시 도입하고 더 정교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은 취임 후 큰 성과다.
△첫 단추를 꿰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우려 속에서도 정부가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제 그 길은 더 크고 넓게 만들어야 한다. 아직 최종 허가를 비롯해 남아 있는 과정이 있고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제 시작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은.
△항상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하루가 더 짧게 느껴진다. 내가 있을 때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입법과제들은 이루고 싶다. 성평등가족부만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 장관이 ‘나도 성평등 장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부처로 성평등 정책 담당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도 여성만의 의제가 아니라 정부와 사회 전체의 의제, 공동체의 의제로 받아들여지도록 공감대를 만들고 제도화하는 것이 남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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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서울 출생 △중앙여고 △연세대 법학과 △제40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30기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자문위원 △국회 성평등자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법무법인 원 구성원변호사 △여성가족부 장관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