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인근의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 도착해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과 함께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주요 장비를 둘러봤다. 지난 7월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차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쇼이구 장관을 ‘무장장비전시회’에 초대해 김 위원장이 직접 ‘무기 세일즈’를 펼쳤던 장면이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 반복된 것이다.
◇김정은, 러시아 최신 첨단무기 둘러봐
이날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소개한 주요 무기의 하나는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Kh-47 킨잘 미사일 시스템이었다. 킨잘은 서방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대결을 벌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미사일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습에 활용하고 있다. 전투기에 실려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로 가속해 사거리 2000㎞ 내에서 음속의 10배 이상인 최고 시속 1만2350㎞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킨잘 미사일을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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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를 소개하면서 이 가운데 한 기종에 대해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일본을 거론한 것은 폭격기의 단순히 항속거리나 작전반경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한미일의 연대 움직임을 고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쇼이구 장관은 또 러시아 공군 최신 전투기 모델인 수호이(Su)-34, Su-30SM, Su-35S, Su-25SM3 등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방문해 수호이(Su)-35 등 러시아 주력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생산 공정을 시찰한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공군력 관련 시설을 찾았다.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은 블라디보스토크 율리시스만의 정박해 있는 태평양함대의 마셜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메르쿨로프 함장의 영접을 받고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해군 총사령관으로부터 어뢰 발사관과 RBU-6000 등 대잠 무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사용된 장거리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도 브리핑 내용에 포함됐다. 이때 김 위원장은 북한이 지난주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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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재래식 무기가 시급한 만큼 북한에 정찰위성·핵잠수함 기술 등 첨단 무기 기술을 전수하는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소련제 포탄 등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후보자 사무실에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북러가 군사적으로 긴밀해지면 북한의 첨단무기 개발 등에 상당한 영향을 주리라 본다”고 “전략적으로 한국군의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도 있지만, 동맹국·우방국과 긴밀한 군사협력으로 도발을 억제할 수 있기에 다각적 측면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군사기술 이전보다는 완제품을 줄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전투기 전력이 낙후돼 있어 러시아가 북한에 수호이 완제품을 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위성 역시 북한은 발사 자체에 실패했고, 위성은 올리지도 못한 상태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기존 정찰위성을 제공, 판매, 임대, 공동 활용, 부분 정보공유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지상 송수신과 분석설비 지원, 교육훈련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핵잠수함 기술 확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북한은 2016년 세계에서 7번째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했지만 그동안 이를 싣고 다닐 잠수함이 없었다. 이를 탑재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선진국처럼 핵추진잠수함을 만들어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상시 추적·감시해 핵무기를 발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