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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다. 조기 은퇴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연금 재정이 부실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프랑스의 55~64세 인구 취업률은 5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9%)을 밑돈다. 아울러 2020년엔 근로자 1.7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해야 했지만 2070년엔 근로자 1.2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프랑스 연금계획위원회(COR)는 연금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100억유로(약 13조원)씩 연금 적자가 발생한다고 지난해 경고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날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며 “연금 제도 적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이대로 가면 엄청난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이 불가피하고 연금 제도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재무부는 이번 개혁이 시행되면 2030년 연금 재정이 135억유로 적자(약 18조원)에서 177억유로 (약 24조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중 54%가 정부의 연금개혁 초안에 반대했다. 프랑스 8대 노조는 이달 19일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단행하기로 했다. 일부 노조는 정년 연장 대신 사용자 분담금을 늘려 연금 적자를 해소하자고 주장했다. 로랑 에스퀴르 전국자율노조연맹(UNSA) 사무총장은 “(이번 연금개혁이) 불필요하고 부당하다”며 “두 살 더 젊을 때 자녀와 손자와 은퇴를 즐겨야 할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를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은 이번 개혁을 “심각한 사회적 퇴보”라고 말했다. 제2야당인 극우 ‘국민연합’ 지도자인 마린 르펜도 “이 불공정한 개혁을 막겠다는 우리 결의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년을 60세로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프랑스 하원에서 여권 의석수는 251석으로 과반(289석)에 못 미친다. 중도우파 야당인 공화당(61석)은 연금 개혁을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 협상이 필요한 상태다.
현지언론이나 외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상 비상대권(긴급법률제정권)을 사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긴급법률제정권을 발동하면 하원이 정부를 불신임하지 않는 한 국무회의 의결만으로도 하원을 우회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