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애플, 中의존도 줄이고 동남아 이전 구상”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엄격한 코로나19 봉쇄를 이유로 중국에서 생산을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부터 이미 중국에서 아이폰 생산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해왔고 현재는 이같은 방안에 대해 위탁 업체들과 논의 중이다.
WSJ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중국 일부 도시에서 코로나 봉쇄령이 진행되면서 애플의 중국 의존도 줄이기 구상도 한층 강화됐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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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달 28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상하이 공장 폐쇄로 2분기 매출이 전분기보다 40억~80억달러(약 5조 700억~10조 1300억원) 감소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소비자 수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애플 전세계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는 점에서 생산 기지를 쉽게 옮기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중국에 훈련된 노동력이 풍부한데다 탄탄한 공급망 등을 갖추고 있어 다른 지역에서 이같은 조건을 갖추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美·유럽 탈중국 경고 잇따라…中 “기업 환경 개선할 것”
애플이 실제 중국에서 생산을 줄일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상하이 봉쇄 등으로 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 경고는 이어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은 이달 초 1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팬데믹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회사의 성장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등 북미지역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 주얼리 제조사 판도라는 중국에서 사업 확장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지난 12일 독일 상공회의소는 조사기업 460개 기업 가운데 외국인 직원 28%가 중국을 철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5일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와 컨설팅사 롤랜드버거가 공개한 설문 결과에서는 응답 기업의 78%가 강력한 방역 정책 탓에 중국의 투자 매력이 줄었다고 답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설문 응답 기업 절반 이상이 이미 중국에 대한 투자를 연기했거나 줄였다고 답했다.
금융 시장에도 이미 자본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중국 채권시장에서 중국 국채와 은행채 등을 총 1085억위안(약 20조6000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2월 803억위안, 3월 1125억위안에 이어 3개월 연속 순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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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는 “올해 1~4월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4786억위안(약 90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5% 증가했다”면서 “중국이 외국기업의 네거티브 리스트를 완화하는 등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환경을 최적화하고 다양한 조치를 병행해 지속적으로 중국의 투자 유치 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9일 다국적 기업 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한 CCPIT 창립 7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는 개방 확대를 거듭 약속하고 외국 기업의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이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으며 시장 접근 장벽, 규제 위험 및 차별 등 오랜 문제들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