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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옷과 같다. 비싼 옷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입으면서도 계속 불편한 것처럼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장도 나와 맞지 않으면 고역이다. 또 처음에는 옷이 내 몸에 맞았지만 내 몸이 달라지면 다른 옷이 필요하다. 내가 경력개발이 필요할 때 회사가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한 직장 안에서 계속 새로운 직무로 옮기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직장에서 나의 경력개발을 도저히 지원해 주지 못한다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연봉을 포함한 보상에 대한 불만이나 상사 또는 동료와의 불화가 있는 경우도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나는 직장을 네 번 옮겨 다섯 개 회사를 다녔지만 후배들에게는 “되도록이면 이직을 하지 말고 한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직장을 옮기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새로운 경력개발을 기대했지만 뜻대로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지금 회사의 어떤 점이 불만이어서 회사를 옮겼는데 새로운 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거나 예상치 않았던 새로운 어려움이 추가되기도 한다.
특히 나는 한 직장에서 오래 함께 일하면서 다진 사내 인맥을 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료들의 팀워크가 필요하고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다면 가볍게 전화 한통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새로운 직장에서는 처음부터 진심 어린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낯선 사람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이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회의를 잡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현재 직장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직장의 장점이 명확해야 한다. 경력개발을 목표로 한다면 직위 상승이나 원하는 역할 확대가 분명하게 보장돼야 한다. 급여 상승이 주된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연봉 인상으로 이직의 위험을 감수할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 생각에는 30% 이상 차이가 있지 않으면 권하고 싶지 않다. 반대로 회사 일에 지쳐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찾아 급여가 줄어도 근무 시간이 짧은 회사로 이직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관계 갈등 때문에 새로운 직장에서 새출발 하고 싶어 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고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국내 기업보다 이직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순환보직보다 특정 업무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아 그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같은 직무를 하는 다른 업계로 옮기기도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일하다가 외국계로 가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에 좀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외국계 회사가 그 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이 크지 않은 경우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나라 기업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와 외국계의 장점을 잘 접목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직을 잘한다는 것은 회사를 자주 옮긴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새 직장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낯선 사람, 낯선 조직 구조, 낯선 업무 방식이 기다리고 있다. 오죽하면 수요일부터 출근하겠다는 요령이 생각났을까. 옮겨야 할 때와 버텨야 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하고 새로운 직장의 장점에만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꼼꼼히 살펴야 진짜 ‘프로 이직러’가 된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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