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포르토 라프티(그리스)=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대학이나 일자리 같은 삶과 연관된 정책에 불만이 많아요.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만 내고 정작 우리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2000년생 직장인 바실리키발사모(24)씨는 그리스 Z세대 대부분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한 뒤 현지 호텔에서 일하는 그리스 Z세대다. 바실리키발사모씨는 “그리스 정부는 정책을 내놓으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많다”며 “젊은이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이 많아 정부를 믿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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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남긴 그림자…정부 신뢰도는 ‘낙제점’
지난달 그리스 곳곳에서 만난 Z세대와 전문가들은 “시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살아가는 ‘끊임없는 위기의 세대’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2000년생 직장인 아티나 니콜로글루(25)씨 역시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실리키발사모씨와 마찬가지로 관광학을 전공한 뒤 현지 여행사에서 일하는 그는 “정책 주제는 우리 세대를 얘기하지만 정작 정부는 우리와 대화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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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Z세대들은 공통적으로 국가 부도위기 후 침체된 경제상황이 낮은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앞서 그리스는 2001년 유로존 가입 후 호황을 누리다 동시에 지출도 늘며 국가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세계 경제가 휘청이자 그리스 경제의 기둥이 된 해운·관광산업은 물론 각종 투자 시장 거품이 한 번에 빠졌고 2015년 정부는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당시 그리스는 재정적자가 국내 총생산(GDP) 대비 15.4%에 달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구제금융 졸업 후 7년이 지난 2025년 현재 그리스 GDP는 성장했지만 실제 생활 수준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Z세대와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바실리키발사모씨는 “경제적으로는 많이 낙후돼 있고 혜택을 받지 못해 불편한 게 더 많다”고 했다.
경제 회복 과정에서 정치가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표적 사례가 2023년 2월 57명의 사망자를 낸 템피 열차사고다. 여객 열차와 화물열차가 정면 충돌하며 발생한 이 사고는 연휴를 즐기고 돌아오던 20대 학생들이 대부분 피해를 입었고 노후 철도 시스템이 원인으로 꼽히며 전국적 시위로 이어졌다. 바실리키발사모씨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큰 실망감을 느꼈다”며 “유가족은 위로의 한 마디가 필요한 건데 그건 제쳐놓고 남의 탓만 하는 걸 보고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여기에 부패한 지도부도 저신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6월 그리스 정부는 몇몇 지도부의 EU보조금 부정수령 문제로 3억 9200만 유로(한화 약 5800억)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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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 참여율도 낮다는 점이다. 총리가 실질적 지도자인 그리스에서 최근 5년간 치러진 3번의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57.91%(2019년), 61.76%(2023년 1차), 53.74%(2023년 2차)에 그쳤다. 바실리키발사모씨는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한 번도 투표해본 적이 없는데 정치인을 뽑아봤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서 다들 별로 투표권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 아티카씨도 “여러 번 선거에서 같은 사람이 나오는 걸 보고 그 뒤로는 관심 없어졌다”고 했다.
스타브로스 마브루데아스 판테이온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저조한 투표율에 관해 “기차 사건 이후 그리스에서 시위가 아주 많아서 모든 게 마비될 정도였다”면서도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없었던 일처럼 만들었고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마브루데아스 교수는 청년 세대에서 이러한 무관심이 두드러진다고도 했다. 그는 “대학에 오는 학생들도 정치와 정부에 관한 생각을 체계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IMF에서 벗어난 이후부터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하는데 관심도가 떨어지다 보니 발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리스 Z세대들은 삶을 꾸려나갈 근간이 될 일자리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직면해 있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최근 3년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0.13%를 기록했지만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24.74%(한국 5.9%)에 달했다. 경제활동 참가를 위한 교육이나 취업준비, 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비율 역시 지난해 10.4%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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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강경애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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