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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시신을 장기간 방치하고 은닉한 행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보일 만큼 참혹하고 악랄하다”며 “실질적으로 시신을 모욕하고 손괴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잔혹한 범행은 판결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A씨가 사는 집에서 미라 상태가 된 시신이 발견된 건 지난 2024년 7월이다.
건물 관리인은 A씨가 월세를 내지 않고 열흘 넘게 연락이 되지 않는 집에서 악취가 나자 경찰에 신고했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집에서 30대 여성 B씨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A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2015년 10월 일본 한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던 A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던 B씨를 만나 2016년 초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A씨는 이듬해 불법 체류 사실이 적발돼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뒤 B씨에게 집착했다.
그의 집요한 연락을 피하던 B씨는 2018년 2월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A씨에게 여권을 뺏기는 등 동거를 강요당했고, 다시 인천 한 원룸에서 함께 살았다.
주민등록이 말소돼 은행 계좌 개설이나 휴대전화 개통조차 할 수 없었던 B씨는 A씨의 통제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A씨는 B씨가 가족에게조차 마음대로 연락할 수 없게 했지만, B씨 언니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겨우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A씨가 방해하면서 B씨는 완전히 고립된 채 생활했다.
그러던 중 A씨는 3억 원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1년 1월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자신이 구속될 경우의 옥바라지와 생계 문제로 갈등을 겪던 B씨가 “아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그를 살해했다.
이후 A씨는 B씨 시신을 원룸에 방치한 채로 세제와 물이 섞인 액체와 방향제를 뿌리고 향을 태우거나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두며 상태를 살폈다. 또 살충제로 구더기를 죽이는 등 3년 6개월 넘게 B씨 시신을 관리했다.
A씨 휴대전화에는 시신이 있는 집에서 TV를 보거나 밥을 먹고 ‘셀카’를 찍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한 기록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시신을 은닉한 집을 주기적으로 찾으면서 다른 여성을 만나 딸을 출산하는 등 이중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A씨는 지난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작진과 접견해 촉탁살인을 주장하며 “겁이 나서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고 시신을 유기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사례에 죽은 사람이 1%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서 기다리면서 밥도 먹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줄곧 촉탁살인을 주장했던 A씨는 1심 선고 직전 돌연 우발적 살인을 인정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인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A씨 측은 항소 이유에 대해 “시신 훼손은 하지 않았다”며 “(B씨) 유가족에게 진정한 사과와 금전적 피해 보상을 하고 싶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가족은 A씨가 B씨를 살해한 다음 해 다른 여성과 결혼해 출산까지 한 점을 지적하며 그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했다.
A씨가 새로 만난 여성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범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알’ 제작진에 범인인 A씨 얼굴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는 B씨 아들은 “그가 두 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