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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독일 조기 총선…극우 부상 불가피

이소현 기자I 2025.02.23 18:43:45

보수 기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전망
극우 AfD 역대 최다 의석 확보 관측
'3당' 좌우 대연정 유력…협상은 험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3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조기 총선 막이 올랐다.

16년간 재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이후 3년여 만에 독일 중도보수 야당이 정권 탈환이 유력시된다.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의 연합이 득표 1위 수성에 성공하면 총리직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 집권 여당인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은 올라프 숄츠 총리를 필두로 정권 연장을 노리고 있으나 CDU·CSU 연합과 대연정 파트너로 만족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한 사람이 총선에서 투표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번 독일 총선에선 그간 판세에 따라 CDU·CSU 연합이 지지율 1위를,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위를, SPD가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의 설문 결과를 보면 CDU·CSU 연합이 지지율 29.5%로 선두를 지켰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1.0%, SPD는 15.0%, 녹색당 12.5%, 좌파당 7.5%를 기록했다. AfD는 이번 선거에서 역사상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좌파 포퓰리즘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과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은 각각 5.0%, 4.5%로 의석을 확보할지 불투명하다. 선거법상 정당 득표율 5%를 넘기거나 지역구에서 3명 이상 당선자를 내야 의석을 배분받는다.

독일은 1인 2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해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전체 630석 의석을 배분한다. 이번 선거 유권자는 약 5920만명이다.

이번 선거에서 기존 주요 정당들이 예상보다 적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CDU·CSU 연합과 SPD의 대연정이 유력하다. 만약 두 정당 의석수를 합해도 재적 과반에 못 미칠 경우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려야 할 수도 있다. 1949년 제헌의회 이후 3당 연정은 2021년 출범한 신호등 연정(SPD·빨강, 녹색당·녹색, FDP·노랑)이 처음이었다.

메르츠 대표는 지지자들에 보낸 마지막 서한에서 독일과 세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며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와 세계 상황에 대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최근 설문조사에서 독일인 단 18%만이 나라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독일은 오랜 기간 난민 흉악범죄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정부의 이민 관리 실패가 부각되자 CDU·CSU 연합은 집권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해 불법 이민을 원천 봉쇄하겠다며 초강경 난민대책을 예고했다. 이는 AfD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정책으로 이민 문제에 있어선 정통 우파와 극우 세력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메르츠 대표는 독일의 경제 침체와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29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AfD가 승리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독일이 더는 사후 관리 수준의 정치가 아니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극우 정당인 AfD는 유권자들의 불안을 반영하며 의석 수를 크게 늘릴 가능성 커졌다. AfD는 유로존 탈퇴, 파리기후협약 탈퇴, 국경 전면 통제 등 강성 정책을 내세웠다.

다만 연정 협상 타결까지는 통상 수 개월이 걸리고 결렬되면 총선을 다시 치를 수도 있다. 숄츠 총리는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자격을 유지하게 되지만, 통상 중요한 결정은 내리지 않기에 사실상 권력 공백 상태가 더 장기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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