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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BBC방송,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유럽 선물시장에서 소맥(빵·과자·간장 등의 원료) 가격은 톤당 253.75유로로 전거래일대비 8.2% 급등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도 소맥 9월물 가격이 부셸당 7.3달러로 전일보다 8.9% 상승했다. 1일 기준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작년 3월 8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국제 밀 가격은 흑해 곡물협정 종료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옥수수와 해바라기유 등 우크라이나가 주로 수출하는 다른 농산물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BBC는 이날 유럽 시장에서 옥수수 선물 가격도 5.4% 뛰었으며,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육류와 가금류 가격도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전날 “모스크바 시각으로 20일 0시부터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항해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인 군용화물 운반선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흑해 국제 수역의 남동부와 북서부 지역은 당분간 항행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힌 영향이다. 사실상 공격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주재한 화상 국무회의에서 자국 은행의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복귀와 러시아 선박·화물의 보험 가입 및 항만 접안 제한 조치 해제 등 선결 조건이 충족돼야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또 흑해 곡물협정이 만료된 지난 17일 이후 이날까지 3일 연속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와 다른 도시의 곡물 저장 시설 등을 폭격했다. 이에 흑해 곡물협정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가 완전히 꺾였다.
우크라이나는 철도와 트럭 등 육로를 통한 대체 수송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 헝가리 등 육로 수송 경로에 위치한 국가들은 자국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을 통한 육로 수송을 허용해주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농산물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조치를 9월 15일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BBC는 “우크라이나의 밀 공급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국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레바논은 곡물의 거의 4분의 3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고, 파키스탄, 리비아, 에티오피아 등도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