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조롱을 들으면서도 25년간 한국 주식 시장을 지킨 투자자의 기록이다. 상장폐지와 90% 손실이라는 처절한 실패를 겪었지만 휴지 조각이 된 주식을 팔지 않고 주가가 내릴 때마다 사 모았다. 한순간의 주가보다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는 원칙을 25년간 지켜온 결과 월 배당 1000만 원으로 은퇴했다. 조급하면 진다는 것이 저자가 얻은 교훈이다.
△현실에 대한 공격(제랄드 브로네르|452쪽|에코리브르)
음모론과 가짜뉴스는 왜 이토록 빠르게 퍼지는가. 프랑스 사회학자인 저자는 인터넷이 인간의 인지적 편향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클릭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감정을 자극하는 정보가 사실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며 이를 ‘인지 자본주의’라 부른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단적 비이성화를 막으려면 비판적 사고 능력을 사회 전체가 함께 길러야 한다고 촉구한다.
△도슨트처럼 박물관 걷기(마일로 로시|352쪽|현대지성)
화려한 왕관이나 유네스코 등재 문화재가 아니다. 수업이 듣기 싫어 교과서 귀퉁이에 끄적인 그림, 아기곰 모양 딸랑이, 이집트인의 지각 사유서 등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96가지 유물을 통해 고대인들이 어떻게 먹고 일하고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인간의 생애주기에 맞춰 구성된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20만 년 역사가 지금 내 옆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사 교양서다.
△실험하는 고고학자(샘 킨|684쪽|해나무)
책은 과거 인류가 먹고, 입고, 만든 것을 직접 재현해봄으로써 고대인의 일상을 탐구하는 실험고고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고대 이집트 효모로 만든 빵을 먹고, 중세 화학자의 방식으로 염료를 추출하고, 고대 문신 기법을 재현하며 고대 인류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한다. 공학자·미생물학자·셰프·문신 전문가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현장을 누비며 고대인의 삶을 짤막한 픽션으로도 풀어냈다.
△나는 도대체 왜 눈치를 볼까(케리 올리치 외|296쪽|북플레저)
눈치를 보는 것은 소심한 성격 탓이 아니라 사회적 기대 시스템의 문제다. 20년간 조직 문화를 컨설팅해온 저자들은 부모·성별·직업·결혼 등 우리를 옥죄는 기대의 뿌리를 하나씩 파헤치고 이를 깨뜨리는 ‘브레이크’ 전략을 제안한다. 뻔한 조언에 그치지 않고 조직 변화관리 연구, 성별 리더십 역량 비교, 싱글 연구 등 방대한 데이터와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탄탄한 조언을 건넨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가산 카나파니|252쪽|열림원)
2006년 절판 이후 약 20년 만에 복간된 팔레스타인 작가의 중단편집이다. 고향을 잃고 국경을 넘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단순한 탈출 서사가 아니다. 삶의 기반을 박탈당한 인간이 마주하는 침묵의 심연, 그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존엄 문제를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전쟁과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가장 미세한 순간들로 포착한 문학적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