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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순천의 한 아파트(632세대)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는 듯했다. 하지만 정당계약과 예비입주자 계약까지 마친 후에도 최종적으로 20세대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았다. 더 이상 계약을 진행할 예비입주자가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아파트 시행사 대표 A와 부대표 B는 이 20세대에 대해 어떠한 공개모집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가족, 지인, 용역업체 관계자 등에게 연락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대표 A의 아들은 물론, 사업 부지 관련자, 임원의 지인 등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한 기회를 기다리던 수많은 청약 대기자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시행사 측은 자신들의 행위가 적법했다고 항변했다.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6조 제5항 단서는 예비입주자가 ‘처음부터’ 없는 경우에만 적용될 뿐, 우리처럼 예비입주자 계약을 진행하다 소진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설령 해당 조항이 적용되더라도 “공개모집의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개모집은 의무가 아닌 사업주체의 재량이라는 주장이었다. 즉, 선착순으로 공급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1심 법원은 시행사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법원은 예비입주자가 소진되어 더 이상 없는 경우에도 당연히 해당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특히 ‘공급할 수 있다’는 규정의 의미를 깊이 파고들었다. 이는 사업주체가 엄격한 예비입주자 순번과 요건에 얽매이지 않고 별도의 공급 방법을 정할 재량이 있다는 뜻일 뿐, ‘공개모집’과 ‘성년자 1인 1주택’이라는 대원칙까지 무시하고 마음대로 공급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즉, 재량의 범위는 ‘공개모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항소심 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며, 규정 개정의 역사까지 짚었다. 과거 규정에는 예비입주자가 없으면 ‘사업주체가 따로 공급방법을 정하여 공급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었으나, 2018년 개정을 통해 ‘성년자에게 1인 1주택의 기준으로 공개모집의 방법으로’라는 요건이 추가되었다. 이는 미계약 물량 공급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명백한 입법 의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시행사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결론도 같았다. 대법원은 미계약 물량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6조 제5항에 따라 예비입주자가 없는 경우 ‘성년자 1인 1주택, 공개모집’이라는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를 어기고 일부 지인들에게만 임의로 공급한 것은 주택법 제65조 제1항이 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의한 공급에 해당한다고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결국 시행사 대표와 부대표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원, 시행 법인에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되었고,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은 지인들 역시 벌금형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주택 공급 시장에 만연했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는 사람’을 통해 좋은 동·호수를 선점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모든 사업주체는 예비입주자 계약이 끝난 후 잔여 세대가 발생하더라도, 반드시 투명한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공급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이는 청약이라는 공정한 시스템을 신뢰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수많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당연한 조치다. ‘깜깜이 공급’의 시대는 끝났다.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부동산 공급 질서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