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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자금수혈의 `이면`

김윤경 기자I 2008.07.29 11:31:01

(종합)신주 발행으로 85억弗 조달키로
부실 메우기 노력 긍정적 평가..주가희석 `우려`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메릴린치가 대규모 추가 자본 조달에 나선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자산 상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부실을 메우기 위한 발빠른 조치란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헐값에 신주(보통주)를 또 다시 발행, 매각함으로써 주주들에 대한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날 장중 11.6%나 빠졌던 메릴린치 주가는 이같은 계획이 발표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0.1% 오르며 회복됐다. 주가만으로 보자면 메릴린치는 제대로 된 약처방을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메릴린치, 85억弗 추가 조달

메릴린치는 신주 발행을 통해 기존 주주인 테마섹 홀딩스 등으로부터 85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34억달러는 테마섹이 참여하게 된다.

또 3분기 57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44억달러는 자산담보부증권(CDO) 매각 손실 때문이며, 나머지는 채권 보증사인 시큐리티 캐피탈 개런티즈와의 계약 해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존 테인 메릴린치 CEO
또 다른 채권 보증사들과의 계약도 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추가 손실을 낼 고리를 끊는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CDO 매각을 통해 6월 말 현재 보유중인 CDO는 111억달러라고 밝혔다.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분기 동안 기록한 187억달러의 손실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CDO를 떨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추가 자본 조달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두 주 전만 해도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 등에서 테인 CEO는 "추가 자본 조달은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터라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다.

메릴린치는 이번 자금조달 계획 발표에 앞서 블룸버그 지분을 팔아 44억2500만달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같은 핵심 자산 매각을 포함해 보통주나 우선주 발행 등으로 현재까지 마련한 자금은 150억달러에 이른다.  
 
테인 CEO 부임 이후 메릴린치의 부실 떨어내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는 증거다. 메릴린치는 4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 주가 희석 등 `우려`..보상규모도 만만찮아

메릴린치의 이번 처방이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반응도 있지만, 주가 희석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부담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또 지난해 말 테마섹 투자를 받을 때 메릴린치는 만약 1년 내에 당시 투자한 것보다 더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할 경우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한다는 조항을 맺은 것도 큰 부담이다.
 
이번에 테마섹이 얼마에 투자할 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메릴린치의 주가(22.43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당 48달러에 메릴린치 주식을 산 테마섹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25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포테일즈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찰스 피바디는 "(자본 조달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노력이지만 기존 주주들에게는 부담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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