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캐릭터 띄우고 "숙제 도와달라" 초딩 버튜버, 한숨

홍수현 기자I 2025.09.15 07:04:03

버튜버, 실제 얼굴 대신 '아바타' 내세워 활동
부모 명의 도용한 '초딩 버튜버' 활개
상반신 노출, 상기된 얼굴 "숙제 도와주세요"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초등학생들이 노출이 두드러진 성인 캐릭터를 앞세워 인터넷 방송을 하며 ‘숙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 측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계정을 정지시켰다.

초등학생임을 내세우는 버튜버의 실제 스트리밍 방송이다. (사진=웹사이트 캡처)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은 지난 8일 초등학생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A양 채널을 영구 정지했다.

버튜버는 가상 캐릭터를 이용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인을 뜻한다. 버추얼(Virtual)과 유튜버(YouTube)의 합성어로 모션 캡처와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을 활용, 실제 인간의 몸짓과 표정 등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는 아바타를 뜻한다.

치지직은 약관상 만 14세 미만은 가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2013년생으로 만 12세인 A양이 보호자 명의도용으로 계정을 개설해 방송함으로써 약관을 위반해 계정이 폐쇄됐다.

더군다나 A양이 방송에서 내세운 아바타가 더욱 문제가 됐다. 그는 상반신이 일부 드러나는 의상에 상기된 얼굴을 한 여성 아바타 캐릭터를 화면에 띄우고 “숙제를 도와달라”는 방송을 진행해 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양은 치지직에서 계정이 정지된 후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는데 “젊고 탱탱하다” “어른보다 낫다”는 등 노골적 댓글이 달리고 있다.

버튜버는 일반 유튜버와 달리 신분 노출 위험이 덜하고 수익 창출도 가능해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치지직, 유튜브, 틱톡 등 대부분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약관에 이용 나이 제한을 명시해 두고 있지만 어디서나 쉽게 ‘14년생 버튜버’ ‘초딩 버튜버’를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A양 사례처럼 미성년, 그것도 초등학생 버튜버가 성희롱 등 범죄적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를 처벌할 근거는 미미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은 법적 보호 대상을 ‘실제 인격체’인 사람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 등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다만 실체가 대중에 알려졌거나, 신체 일부 등 정보를 통해 특정될 수 있는 경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임성순 변호사는 이데일리에 “캐릭터 자체를 욕한 것에 대해서는 아마 죄를 묻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것은 뒤에 있는 실연자, 즉 사람을 향한 공격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 꼽히는 플레이브와 관련해 악성 댓글 작성자들을 대상으로 고소가 이뤄졌고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넘긴 사례가 있다. 버추얼 아이돌을 향해 모욕, 성희롱 등 비방한 결과 형사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아이들이 성인 아바타를 사지 못하도록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아이들이 TV보다 개인 방송을 더 보는데 아무런 심의 장치도 없다”며 “플랫폼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