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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래 첫 4개 분기 연속 역성장
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3분기 매출 894억9800만달러, 주당순이익 1.46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장 마감 직후 밝혔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LSEG(옛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는 각각 매출 892억8000만달러, 주당순이익 1.39달러였다. 이번 분기 시장 예상을 웃돈 것이다. 애플 실적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은 438억1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와 같았다.
하지만 매출은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가량 줄었다. 4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그나마 예상에 부합한 아이폰 정도만 성장세를 보였다. 아이폰 매출은 1년 전보다 2% 이상 늘었다. 3분기 중 신제품 아이폰15 판매분은 1주일 정도 반영했다. 아이패드 매출은 64억4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60억7000만달러)를 웃돌기는 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0% 급감했다. 노트북과 PC 등 맥(Mac) 매출은 76억1000만달러로 예상치(86억3000만달러)를 밑돌았다. 1년 전보다 무려 34% 줄었다.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역시 93억2000만달러로 월가 예상치(94억3000만달러)보다 적었다.
앱스토어, 애플케어, 아이클라우드, 애플TV,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분야의 실적은 좋아졌다. 서비스 매출은 223억1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월가가 예상한 213억5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역대 최대 규모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3분기 아이폰15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아이폰14보다 더 선전했다”며 “특히 고급 모델인 프로와 프로 맥스는 높은 수요로 공급 제약을 겪었다”고 말했다. 쿡 CEO는 또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등 주요 서비스들이 모두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며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中시장 부진에 애플 비관론 비등
다만 시장의 시선은 다소 차갑다. 무엇보다 애플의 최대 시장은 중국에서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이번 분기 중국 매출은 150억8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화웨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전쟁은 단기간 끝날 문제가 아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최근 신흥시장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언급하며 시장을 달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경기 침체론이 다시 힘을 받는 상황이어서 애플 역시 거시 환경의 변화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애플 주가는 장 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3% 이상 떨어지고 있다.
애플이 제시한 올해 4분기 매출 전망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마에스트리 CFO는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년 전보다 5% 증가한 1229억8천만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월가 전망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탓에 공급 차질을 빚으며 예년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올린 때였다. 중국 시장 부진과 경기 침체 변수까지 더해져 최대 성수기인 4분기마저 부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총 1위 기업인 대장주 애플의 부진은 애플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을 둘러싼 비관론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번주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보다 애플의 실적 발표를 더 중요한 이벤트로 꼽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