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0% 내린 4만1763.46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86% 떨어진 5705.45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76% 급락한 1만8095.15에 거래를 마쳤다. 3대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시장은 양호한 경제지표보다 빅테크의 실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가 양호한 실적을 거두긴 했지만, AI 투자 계획이 과도하다는 진단이 커지면서 매도세가 흘러나왔고, 전반적으로 기술주에 부담이 됐다. MS와 메타는 각각 6.05% 4.09% 급락했다.
MS의 3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가 33% 증가하면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스트리트카운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29.4%를 크게 웃돌았고, 이중 12%는 AI서비스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4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을 실망케 했다. 4분기 매출은 681억 달러∼691억 달러로 예상했는데, 시장 전망치 698억3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2025 회계연도 자본 지출은 800억 달러에 달해 1년 전보다 3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타도 3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지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지출이 내년에도 크게 늘 것이라고 밝힌 게 화근이었다. 메타는 2024회계연도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기존 370억~400억달러에서 380억~4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인프라 투자비용이 계속 늘면서 내년에도 상당한 자본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은 이날이 할로윈 데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할로윈은 시장에 사탕(treat)이 아닌 트릭(trick)을 줬다”며 “과거엔 AI와 관련된 모든 것에 투자자들이 열광했지만, 이제는 막대한 지출에 대한 수익을 기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Miller Tabak)의 수석 시장전략가 매트 말리는 “칩제조사들은 빅테크의 투자로 큰폭의 수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빅테크까지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유의미한 방식으로 수익이 축적되기따지는 여전히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는 4.72% 급락했고, 애플(-1.82%), 테슬라(-2.99%)도 하락하는 등 대부분 기술주들이 부진했다.
◇클라우드 가파른 성장에 아마존 3%↑…아이폰16 호실적에도 애플 1%↓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 아마존에 대한 실적이 장 마감 후 발표됐다. 아마존은 시장 기대치를 웃돈 깜짝 실적을 거뒀다. 아마존은 지난 3분기 1588억8000만 달러의 매출과 1.43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 매출 1572억 달러, 주당 순이익 1.14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클라우드부문인 아마존 웹서비스는 전년동기 대비 19% 늘어난 27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전 12% 증가폭보다 성장 속도가 가팔라진 것이다. AI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성장세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아마존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이상 오르고 있다.
애플도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은 949억달러로 시장예상치와 거의 유사했고, 아이폰 매출은 462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 늘었다. 아이폰16 초기 판매가 꽤 괜찮은 기록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국, 대만, 홍콩에서 애플 매출은 소폭 감소했고 이런 이유 등으로 애플의 주가는 약 1% 미만으로 빠지고 있다.
◇PCE물가 2.1%↑…근원물가 고착화는 우려
이날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지긴 했지만, 기조적 물가흐름을 볼 수 있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는 4월 이후 전월대비 최대 상승폭(0.3%)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조금 고개를 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둔화 가능성을 강화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2%, 전년대비 2.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우존스 예상치 예상치(0.2%, 2.1%)에 부합한 수치다. 연간상승률 2.1%은,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PCE물가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했다. 월가 예상치(0.3%, 2.6%)를 웃돌았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4월 이후 최고 수준이고,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석달연속 2.7%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 및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물가는 0.3% 증가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물가는 0.1% 상승했다. 식품물가는 0.4% 상승하며 올초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개인소득은 0.3% 증가하며, 예상치에 부합했다. 소비지출은 0.5% 늘고,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았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전히 활짝 열고 있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에 다가서면서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연준은 다음달 6~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스몰컷’(25bp)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장마감 시점 연준이 11월 25bp인하할 가능성은 96.7%를 반영하고 있다. 다만 12월 금리가 현재보다 25bp인하할 가능성(동결)은 25.9%를 기록 중이다. 자칫 강한 경제지표가 계속 나온다면 올해 추가 금리인하는 한차례에 그칠수도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OPEC+ 증산 연기 가능성에 국제유가 이틀째 상승
국채금리는 소폭 올랐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1.8bp(1bp=0.01%포인트) 오른 4.282%를 기록 중이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금리는 1.6bp 오른 4.17%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 내린 103.89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이틀 연속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65달러(0.95%) 오른 배럴당 69.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61달러(0.84%) 상승한 배럴당 73.16달러에 마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가 산유량 증가 계획을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계속 유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