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고야드’가 이상한 판매지침으로 도마에 올랐다. 최근 1년 이내 300만원 이상 구매 실적을 보유한 고객에게 인기 핸드백 ‘보헴’을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을 주면서다. 기존 VIP 고객에 인기 제품 구매 우선권을 주는 건 명품업계의 의례적 VIP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인기 제품을 미끼 상품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행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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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대중화하면서 가격 허들을 높여 진입장벽을 두겠다는 취지이나 국가별 가격 차별도 존재한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명품 가격 국제 비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플랩백 가격(지난해 1월31일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1~10위 국가 중 한국(10위)이 가장 높았다.
명품 브랜드가 한국 소비자를 소위 ‘호갱’으로 여기는 행위는 작금의 현상은 아니지만 소비자 주권침해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해 에르메스·샤넬 등은 자사 제품 리셀(재판매) 금지에 나섰다. 시장 가격을 훼손하는 ‘개인 간 거래’를 막고 브랜드가치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돈을 주고 구입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을 못하도록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명품 브랜드의 ‘리셀 금지’ 약관의 불공정성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소비자를 등지고 살아남는 비즈니스는 없다. 시장은 고객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4달러(약 40만4000원)로 미국인(280달러), 중국인(55달러)보다 높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명품을 부자들의 전유물로 치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브랜드의 수명은 금방 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