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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바다여행④] 바람이 그려주고, 태우고, 전해주는 고성 여행

강경록 기자I 2019.06.16 15:50:40

강원도 고성 여행
2015년 개장한 ''바우지움조각미술관''
고성의 새로운 여행법 ''서핑''
라벤더향 가득한 ''하늬라벤더팜''

보라빛 향기 그윽한 하늬라벤더팜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고성은 바람이 많은 땅이다. 큰 바람이 잦고 때론 사람들의 일상을 위협한다. 하지만 바람이 있어 고성 여행은 완성된다. 돌과 바람, 물이 조화로운 바우지움미술관과 바람과 파도의 해양스포츠인 서핑을 즐기러 고성으로 간다.

돌이 노출된 콘크리트 벽이 미술관의 시그니처다


◇바위로 지은 미술관 ‘바우지움’

2015년에 개관한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지난 4월 고성 산불의 시작 지점인 토성면 원암리에 자리했다. 다행스럽게도 불은 미술관 앞 솔숲만 태우고 방향을 바꿨다. 김명숙관장은 시커멓게 탄 소나무를 재료로 작품을 구상 중이다. 재빨리 흔적을 지워버리기 보다 작품으로 승화시켜 오래도록 이야기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바우지움’은 바위의 강원도 사투리 ‘바우’에 ‘뮤지엄’을 결합한 이름이다. 그대로 풀이하자면 바위로 지은 미술관이란 뜻이다. 울산바위 아래, 굴러다니는 바위를 모아 벽을 세웠으니 딱 맞는 이름인 셈이다. 거칠게 바른 콘크리트 안에 돌이 그대로 드러난 벽면이 바우지움의 시그니처다. 미술관 안에 전시된 조각 작품도 훌륭하지만 건축물 자체가 훨씬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돌과 물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져 바우지움이라는 하나의 독특한 작품을 이루고 있다.

B관 김명숙조형관 내부


주 전시실은 A관 근현대조각관과 B관 김명숙 조형관이며 그 사이를 물·돌·잔디·소나무 정원이 채운다. 소나무 정원에서 바라보는 물의 정원과 A관 풍광이 유독 보기 좋다. 물의 정원은 좌우에 벽면이 서 있고, 바위 군락이 한 곳을 지킨다. 주변의 자연풍광이 고스란히 수면에 담겨 있다.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은 그 위에 물결 그림을 그린다. 물은 최고의 캔버스, 바람은 투명한 캔버스 위에 자연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천상의 도구다. 테라코타 정원, 아트스페이스, 아트샵까지 둘러본 후 카페바우에서 관람을 마무리하면 된다. 미술관 입장권을 가져가면 아메리카노가 무료니 놓치지 말 것.

여름에 가장 신나는 해양스포츠는 서핑이다


◇고성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서핑’

서핑은 고성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다. 이미 양양, 강릉, 속초 등 동해안 일대에 서핑 붐이 시작된 지는 몇 년 됐다. 인기를 끌면서 해변이 복잡해지자 한산한 곳을 찾던 서퍼들이 찾아낸 곳이 고성이다. 본격적인 물놀이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서핑을 즐기기에는 지금이 제철이다. 고성 최초의 서핑샵은 자작도해수욕장의 고고비치서프다. 지금은 고고비치서프 외에 열 군데가 넘는 서핑샵이 송지호해수욕장. 봉수대해수욕장, 백도해수욕장, 천진해수욕장 등지에 문을 열었다.

서핑을 처음 배우는 입문자는 실습에 앞서 이론 교육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서핑의 이론과 함께 서핑 예절, 안전 교육까지 겸하기 때문이다. 서핑 인구가 늘면서 이론 교육을 간단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전한 서핑을 위해서는 입문교육에서 확실하게 서핑 에티켓과 안전 사항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

파도를 타는 짜릿한 기분


서핑은 패들, 테이크 오프, 라이딩으로 이뤄진다. 패들은 양팔로 파도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 테이크 오프는 엎드려 있다가 일어나는 것, 라이딩은 파도를 타고 미끄러지는 것이다. 라이딩이 서핑의 재미를 만끽하는 순간이라면 이 순간을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할 것이 패들이다. 서핑은 온전히 파도의 힘으로 보드를 타는 것인데 원하는 파도가 왔을 때 그 파도의 속도에 맞춰 보드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 바로 패들이다. 패들을 잘 해야 일어서고(테이크 오프), 타는(라이딩) 것까지 이어진다.

서핑 후 요가는 근육통 예방에 좋다
고고비치서프는 서핑 에티켓과 안전교육까지 겸하는 꼼꼼한 이론 교육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젊은 층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가족 서핑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해변에서 패들과 테이크 오프 연습을 충분히 한 뒤 드디어 바다로 나간다. 강사가 파도를 보고 있다가 적당한 순간에 “패들”, “업”을 외치며 보드를 밀어준다. 처음에는 일어서기도 전에 넘어지기 일쑤다. 물에 빠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확한 시점에 일어나고 균형을 잡아 파도를 타는 짜릿한 성공이 찾아온다. 파도와 함께 앞으로 시원하게 미끄러져 나가는 재미를 알고 나면 서핑에 푹 빠져든다. 입문 강습은 보통 3시간 정도 진행되고, 이후에는 자유 서핑 시간이 주어진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비치 요가는 온몸을 스트레칭 해주는데 좋다. 서핑 후 갑자기 팔·다리 근육을 많이 써서 근육통이 오기 쉬운데 요가로 근육통을 다소 줄일 수 있다. 서핑 수트를 입은 채로 하거나, 씻고 난 다음 가벼운 복장으로도 괜찮다. 몇 가지 동작을 반복하면서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켜 준다. 요가는 근육 스트레칭에 좋고 또 서핑으로 한껏 들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향긋한 라벤더꽃을 품은 라벤더아이스크림


◇라벤더향 가득한 ‘하늬라벤더팜’

고성의 6월은 보랏빛 라벤더향이 물씬 풍긴다. 진부령 아래 자리한 하늬라벤더팜은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천상의 화원이다. 6월23일까지 라벤더 축제를 하는데 향기 음악회, 라벤더이야기, 허브교실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초록 융단 위에 보랏빛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라벤더 들판과 누렇게 익어가는 호밀밭, 붉게 일렁이는 양귀비꽃,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라벤더를 배경으로 감성 가득한 사진을 남기려면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밀짚모자가 필수다. 라벤더를 이용한 다양한 허브 제품을 판매하고, 축제 기간 중에는 체험 프로그램과 라벤더향수추출 시연도 볼 수 있다. 연보라빛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꼭 맛 볼 것.

고성에서 요즘 핫한 해변은 일명 ‘가진롱비치’라는 곳이다. 원래는 찾는 이가 거의 없던 가진해변인데 스퀘어루트라는 큰 카페가 생기면서 ‘가진롱비치’라는 팻말이 붙었다. 카페 전용 해변이 아니지만 주변에 다른 건물이 없어 카페 손님들만 찾는다. 무엇보다 카페 통유리를 가득 채우는 바다 풍광이 근사하고, 바다에서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을 엮어 만든 조명이 인상적이다.

통유리창으로 가진롱비치가 보이는 카페 스퀘어루트
가진해수욕장에도 특이한 카페가 있다. 바닷가 주택을 개조한 카페테일은 해변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피크닉바구니와 돗자리, 음료, 쿠키로 구성한 피크닉세트가 인기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예쁜 돗자리와 라탄 바구니 등을 연출해 SNS용 감성 사진 찍기에 그만이다. 주말이면 돗자리를 깐 여행객이며 낚시꾼으로 해수욕장이 활기를 찾는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바우지움조각미술관→가진해변→서핑

△1박 2일 여행 코스= 바우지움조각미술관→가진해변→서핑→숙박→ 통일전망대→DMZ박물관→하늬라벤더팜

△먹거리= 죽왕면 가진길 ‘옛원조부부횟집이성업’과 ‘가진항영미네’에서는 활어회와 물회를, 토성면 백촌1길 ‘백촌막국수’에서는 메밀국수, 토성면 토성로 ‘남경식당’에서는 문어곱창전골이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통일전망대, DMZ박물관, 화진포, 송지호, 청간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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