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빨대생산업체 서일의 박재일 부회장은 공장 구석 한 켠에 자리 잡은 종이 빨대 생산설비 6대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당 설비에 대해 “주요 고객사 중 하나가 종이 빨대 대신 식물 유래 빨대로 전환하면서 쓸모가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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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회장은 “우리는 그나마 규모가 큰 편이라 다행이었지만 영세한 업체들은 도산하거나 큰 타격을 입었다”며 “세계 곳곳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한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제일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부처가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적용해야 하는 지를 두고 벌써 볼멘소리가 나온다. 빨대와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많은 카페의 경우 글로벌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가 식물 유래 소재의 빨대를 도입했지만 개인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벌써부터 긴장하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에서 4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종이 빨대를 의무화했을 때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 도입을 위해 가격을 알아봤는데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3.5배나 비쌌다”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카페 운영이 어려운데 관련 정책을 그대로 뒀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종이 빨대 도입 실패 원인으로는 환경부가 종이 빨대 매립시 생분해가 가능한지, 소각시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지도 않은 채 서두르기만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중심으로만 정책을 실행한 점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건 맞지만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였다”며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기업은 규제하고 종이나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많이 쓰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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