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처분합니다" 오락가락 빨대 규제…세계 1위 업체도 '휘청'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혜미 기자I 2025.10.21 05:35:00

[갈 길 먼 탈플라스틱]①세계 1위 빨대업체 서일 "종이빨대 기계 6대 처분해야"
"중소업체 도산…관련부처, 정권마다 눈치보기 극심"
커피 체인점 등도 혼란…자영업자 "그냥 두면 안되나"

[김포(경기)=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김혜미 기자] “앞으로 종이 빨대를 다들 쓰게 될 거라고 해서 3억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들여놨는데 쓸모가 없어져 몇 달째 방치 중입니다. 다른 용도로 개조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도 재활용할 방법이 없네요. 인수할 기업도 없어서 그냥 처분하려고 합니다.”

세계 1위 빨대생산업체 서일의 박재일 부회장은 공장 구석 한 켠에 자리 잡은 종이 빨대 생산설비 6대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당 설비에 대해 “주요 고객사 중 하나가 종이 빨대 대신 식물 유래 빨대로 전환하면서 쓸모가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김포시에 자리잡은 서일 빨대 공장(사진=서일).
정부의 오락가락 플라스틱 빨대 사용 지침으로 빨대 생산업체만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11월 플라스틱 사용 빨대 및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전면 제한했다. 당시 현장의 반발로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 뒤 2023년 1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관련 규정을 무기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를 철회하면서 빨대 생산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모두 중소기업들이었다.

박 부회장은 “우리는 그나마 규모가 큰 편이라 다행이었지만 영세한 업체들은 도산하거나 큰 타격을 입었다”며 “세계 곳곳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한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제일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부처가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적용해야 하는 지를 두고 벌써 볼멘소리가 나온다. 빨대와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많은 카페의 경우 글로벌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가 식물 유래 소재의 빨대를 도입했지만 개인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벌써부터 긴장하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에서 4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종이 빨대를 의무화했을 때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 도입을 위해 가격을 알아봤는데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3.5배나 비쌌다”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카페 운영이 어려운데 관련 정책을 그대로 뒀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종이 빨대 도입 실패 원인으로는 환경부가 종이 빨대 매립시 생분해가 가능한지, 소각시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지도 않은 채 서두르기만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중심으로만 정책을 실행한 점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건 맞지만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였다”며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기업은 규제하고 종이나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많이 쓰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