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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이 콕 집은 한미공중훈련, 北은 왜 유독 발끈하나[김관용의 軍界一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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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6.08.22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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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S ‘반 토막’·트럼프 대화 손짓에도 北 미사일 십여 발
김여정, 쌍매·프리덤플래그·허큘리스 가디언즈 등 거론
항공차단 숙달로 北 핵심 표적 정밀타격 능력 과시
北, 신경질적 과민반응…훈련 대응 연쇄 도발 감행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지시로 한미연합연습이 반토막 났습니다. 당초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은 21일 조기 종료됐습니다. 방어에 중점을 둔 1부 연습만 진행하고 반격 작전을 숙달하는 2부 연습은 취소됐습니다. 연계된 야외기동훈련도 축소되거나 일부는 시뮬레이션으로 전환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하며 대화 재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역시 북한에 보내는 유화 제스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UFS 종료 하루 전인 20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십여 발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들은 300여㎞를 비행했습니다. 훈련 축소와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이 지난 19일 내놓은 담화도 냉랭했습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고 보며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훈련의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공격적 성격의 군사연습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도 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김 부장이 올해 한미가 실시한 훈련을 일일이 열거했다는 점입니다. 2월과 7월의 ‘쌍매훈련’, 3월의 ‘프리덤실드’, 4월의 ‘프리덤플래그’, 5월의 ‘허큘리스 가디언즈’ 등을 콕 집었습니다. 지상군과 해군의 연합훈련 대비 공군 훈련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북한이 한미 연합공군력에 느끼는 군사적 부담을 보여줍니다.

올해 4월 진행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26-1차 프리덤 플래그 훈련에서 한국 공군 FA-50 전투기(앞쪽)와 F-15K 전투기(뒤쪽)가 이륙을 위해 유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4월 진행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26-1차 프리덤 플래그 훈련에서 한국 공군 FA-50 전투기(앞쪽)와 F-15K 전투기(뒤쪽)가 이륙을 위해 유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쌍매’부터 대규모 ‘프리덤플래그’까지

쌍매훈련의 영문 명칭은 ‘버디 스쿼드론’(Buddy Squadron)입니다. 한미 공군의 전투비행대대가 서로의 기지에 전개해 함께 임무계획을 세우고 비행한 뒤 결과를 분석하는 대대급 연합훈련입니다. 1991년 ‘우정훈련’으로 시작해 1997년부터 현재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쌍매’는 양국의 두 매가 함께 날며 싸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연간 훈련 횟수는 기존 8회에서 4회로 줄었지만, 차수별 참가 전력은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출격 횟수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됐습니다.

프리덤플래그는 한미 공군의 대표적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입니다. ‘프리덤’은 한미동맹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플래그’는 미 공군의 레드플래그처럼 대규모 공중훈련에 통상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 계보는 길고 복잡합니다. 한미는 상반기 연합편대군종합훈련(KFT)과 하반기 비질런트 계열 훈련을 별도로 실시해 왔습니다. 후반기 훈련은 2015년 ‘비질런트 에이스’, 2022년 ‘비질런트 스톰’, 2023년 ‘비질런트 디펜스’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이를 KFT와 통합해 프리덤플래그라는 이름으로 연 2회 실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프리덤플래그 26-1 훈련에는 한미 30여개 부대가 참가해 500회가 넘는 출격을 실시했습니다. 전투기끼리의 단순 공중전이 아니라 공세·방어제공, 항공차단, 근접항공지원은 물론 지휘통제와 군수지원까지 연계했습니다. 다수 기종과 부대가 하나의 공격편대군을 구성해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하는 실전형 훈련입니다.

허큘리스 가디언즈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허큘리스’는 한미 공군이 함께 운용하는 C-130 계열 수송기에서, ‘가디언즈’는 수호자라는 말에서 따온 명칭입니다. 2018년 시작돼 올해 다섯 번째 훈련이 실시됐습니다. 한미 수송기 조종사들이 서로의 항공기에 교환 탑승해 저고도 편대비행과 비상활주로 접근, 화물 투하, 병력 강하 절차 등을 익힙니다.

허큘리스 가디언즈 자체는 핵심 시설을 폭격하는 훈련이 아닙니다. 그러나 수송기는 유사시 특수부대와 공정통제사, 병력과 장비를 적 후방에 투입하고 전투부대를 지속적으로 지원합니다. 전투기 타격 이후 병력과 물자를 밀어 넣는 능력까지 연습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를 전체 공중작전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입니다.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우리 공군의 F-35A, F-16 전투기와 미국의 F-16 전투기 등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우리 공군의 F-35A, F-16 전투기와 미국의 F-16 전투기 등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北이 가장 두려워하는 ‘초정밀·쪽집게’ 타격

공중작전의 대표적인 임무로는 항공차단(AI), 방어제공(DCA), 근접항공지원(CAS), 공중엄호(ESC)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방어제공은 대량으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탐지·요격하는 임무입니다. 근접항공지원은 아군 지상군이나 해군과 가까운 곳의 적을 공격하는 것이고, 공중엄호는 전자전기·수송기·공격기 등 자체 방어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항공기를 적 전투기로부터 보호하는 임무입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항공차단입니다. 항공차단은 적의 군사력이 아군에게 영향을 미치기 전에 이를 파괴하거나 지연·교란하는 작전입니다. 유사시 적 후방으로 침투해 지휘통신시설과 방공망, 비행장, 병력·물자 집결지와 보급로 등을 정밀타격합니다. 북한의 이동식발사차량(TEL)과 핵·미사일 관련 시설, 지하화된 지휘시설 역시 유사시 항공차단 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한미 연합공군은 전시를 가정한 훈련에서 기계획 공중임무명령서(Pre-ATO·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에 따른 임무 수행 절차를 숙달해 왔습니다. 어떤 항공기가 언제 출격해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다른 전투기와 정찰기·공중급유기·전자전기가 이를 어떻게 지원할지를 미리 계획해 놓은 명령입니다. 구체적인 표적 목록과 좌표는 군사기밀이지만, 비질런트 에이스 등에 Pre-ATO를 적용해 전시 타격 임무를 훈련한다는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지상군은 전선을 돌파해 목표 지역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함정 역시 작전 반경과 해역의 제약을 받습니다. 반면 전투기는 짧은 시간 안에 북한 깊숙한 곳까지 진입할 수 있습니다. 스텔스 전투기와 정찰·감시자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까지 결합하면 북한 지도부와 핵·미사일 시설이 느끼는 위협은 더욱 커집니다.

한미 공군의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22대대 소속 F-15K 전투기가 경기 평택시 공군 오산기지에 전개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공군의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22대대 소속 F-15K 전투기가 경기 평택시 공군 오산기지에 전개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부장이 “올해 진행된 훈련들만으로 이번 UFS를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는다”고 주장한 것은 정치적 수사입니다. 하지만 군사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쌍매훈련은 비행대대급 전술을, 프리덤플래그는 대규모 연합공중작전을, 허큘리스 가디언즈는 병력·물자의 후방 침투와 공수지원을 연습합니다. 프리덤실드와 UFS는 이 전력을 전구 차원에서 지휘하는 절차를 숙달합니다.

북한이 열거한 훈련들은 각기 다른 층위에서 하나의 연합공중작전을 완성하는 셈입니다. 한미연합훈련은 전략적으로 방어 목적이지만, 실제 작전 단계에서는 반격과 적 핵심 시설 타격을 포함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위협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의 상응 조치도 없이 먼저 훈련을 줄이는 방식은 신중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숙달하지 않은 연합작전 능력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대화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면 북한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와 맞물려 상호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한 차례 훈련 축소만으로 연합방위태세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훈련 시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반복되면 대비태세와 전작권 전환, 동맹 간 협의에 대한 신뢰가 모두 약화할 수 있습니다.

평화는 훈련의 이름을 바꾸거나 규모를 감춘다고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가 공격해도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할 만큼 확실한 대비태세가 있을 때 대화도 힘을 얻습니다. 김여정 부장이 공군 훈련들을 하나하나 불러 세운 이유가 바로 그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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