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기요금 인상해야”…국제기구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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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12.01 07:04:13

국제에너지기구, 2025 한국 에너지정책 보고서
“국제 평균보다 전기요금 낮아, 시장 왜곡 초래”
“독립기구 신설해 요금체계 전환, 한전 개혁 필요”
李 대통령 “요금 인상 알리고, 국민 동의 구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제기구가 한국의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공식 권고했다. 전기요금이 국제 평균보다 낮은 수준인데다 원가를 반영하지 않아 전력시장 구조의 왜곡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Energy Policy Review Korea 2025)에서 ‘한국을 위한 정책 권고’를 통해 “현행 한국의 전력시장 구조는 왜곡(distortions)과 비효율(inefficiencies)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의 원가가 실제 판매 가격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ensure electricity price pass through)”고 밝혔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판매사업자(한국전력(015760))은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약관 변경 시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는 인상 시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부는 경제 여파를 고려해 주택용 등의 전기요금 인상을 제한해 왔다.

이 결과 IEA는 “한국의 전기요금은 가정용과 산업용 모두 IEA 평균보다 낮다”며 “이러한 차이는 주로 정부의 전력시장 개입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IEA는 “규제된 요금 메커니즘 덕분에 정부는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어 시장 기반 가격 신호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점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우리나라의 주택용, 산업용 전기요금 추이를 보면 2020년 이후 주택용·산업용 전기요금 모두 오르는 추세이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자료=IEA)
이에 대해 IEA는 “소비자는 안정적이고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을 누리지만, 한전은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한전은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했으나, 이 비용 대부분을 최종 이용자들로부터 회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상당한 비용을 흡수하게 되었고, 큰 재무적 적자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IEA는 “이에 대응해 한전은 정부 보증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했으며, 일부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있다”며 “2023년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2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한전의 적자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28조8000억원, 부채는 206조200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이같은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석탄화력을 폐지하는 탈석탄에 나서게 되면 발전단가가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설비 투자비, 계통(전력망) 비용, 각종 에너지 전환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한전이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점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나 폭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감축목표 이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독립적인 전기요금 규제기관을 신설해 ‘시장 기반(market-based) 요금 체계’와 ‘한전 독점 해소’(unbundle)를 할 것을 주문했다. (자료=IEA)
관련해 IEA는 현행 전기위원회를 개편해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IEA는 “현재 한국의 규제 모델은 2025년 10월 신설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에 전기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개편해) 전기, 천연가스, 수소 시장을 감독할 충분한 자원을 갖춘 독립적인 규제기관을 설립하라”고 권고했다.

IEA는 “독립 규제기관은 다른 임무들과 더불어 전기 소매시장 내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며 “기존의 요금 기반 소매체계에서 투명하고 시장 기반의 체계로 전환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IEA는 “규제기관은 한전의 다양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분리(unbundle)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전력판매 등의 한전 독점에 대한 해소 필요성도 시사했다. 현재 한전이 맡고 있는 발전·송전·배전·판매의 다양한 기능을 분리해 경쟁을 촉진하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IEA는 “(앞으로) 전력 인프라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한전이 지배하고 있는 현행 시장 체계를 개혁(reform)하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는 통화에서 “한전이 부채가 많기 때문에 공공기관만으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민간의 많은 투자를 유도하려면 민간의 전력회사들이 전력시장에 들어와서 발전·판매 사업을 하는 것을 막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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