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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앙은행 올 들어 700톤 금 매수…1967년 이후 최대

최정희 기자I 2022.12.16 10:37:51

국제금융센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배경 및 평가'' 보고서
금 매수 이유, 안전자산 선호·인플레 헷지 등
국금센터 "내년에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이어질 듯"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올 들어 700톤이 넘는 금을 매수했다. 연간 순매수량 기준으로 196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중앙은행의 금 매수 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간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배경 및 평가’라는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수 규모는 올 들어 10월까지 704톤의 금을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1967년 이후 연간 순매수량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1분기에는 87.7톤, 2분기에는 186톤으로, 3분기에는 399.3톤으로 갈수록 증가했다. 금 보유 잔액도 3만6746톤으로 1974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로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 매수를 주도했다. 터키가 3분기에만 31톤, 우즈베키스탄이 26톤, 인도가 17톤, 카타르가 15톤 가량 금을 사들였다.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해 금을 상당량 매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금은 안전자산으로 선호된다”며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환보유액 뿐 아니라 금 현물 및 금 관련 펀드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금협회가 올해 4월 57개 중앙은행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1개국 중앙은행이 금을 매수하는 이유로 ‘금융위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2월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확전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미국과 중국간 갈등도 지속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는 것도 금 매입의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2019년 코로나 확산 등의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금 수요가 늘어났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2~2008년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순매도자였으나 이후 순매수자로 변신했다.

금은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도 평가받는다.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화폐가치나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이를 헷지하기 위해 금 매입에 나선다. 예컨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금을 매수한 터키는 리라화 가치 폭락과 85%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해 금을 활용했다.

보고서는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안전자산 선호로 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계금협회가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조사에서 응답자 4곳 중 1곳은 향후 1년간 금 보유를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1년 전에는 응답비율이 20%였는데 25%로 늘어난 것이다.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은 과거부터 수년 간 금을 상당량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고서는 “올해는 강달러로 금 가격의 상승세가 부진했으나 내년에는 강달러가 완화되고 통화긴축 속도조절도 예상되는 만큼 금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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