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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전북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전북교육청의 평가결과를 뒤집은 지난 26일, 서울지역 자사고 8곳의 시선은 오히려 경기 안산동산고의 심의결과에 쏠렸다. 교육계에선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타깃으로 이명박 정부 때 설립된 자사고들을 지목해 왔고 안산동산고가 이에 해당해서다. 서울지역 재지정 대상 자사고 8곳은 모두 MB 때 세워진 자사고다. 이들 학교는 안산동산고의 지정취소에 동의한 교육부 심의결과가 서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무더기 탈락 서울 자사고 심의결과에 촉각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자사고 8곳의 운명은 다음달인 8월2일쯤 판가름 난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평가결과에 대한 동의를 요청받고 내달 1일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울 자사고 8곳을 지정취소한 서울교육청 평가결과를 최종 심의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 올해 재지정 대상 자사고 13곳 중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8곳을 무더기로 탈락시켰다. 이들 학교는 교육부가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의 탈락 결정을 뒤집고 광역단위 자사고인 안산동산고의 지정취소에 동의한 점에 주목한다. 대광고 교장인 김철경 서울자사고연합회장은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적용방식 등 교육청 평가기준에 논란이 커 교육부가 구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산동산고를 탈락시킨 것을 보면 서울 자사고도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고 폐지 정책의 초점이 MB 때 세워진 자사고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은 지난달부터 부각됐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급속히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고교서열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 결과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이 심화됐고 교육시스템을 왜곡시켰다는 게 지난 10년간의 평가”라고 했다. 우회적으로 고교서열화와 입시경쟁 심화의 주범으로 MB 때 세워진 자사고를 지목한 셈이다.
◇ MB때 지정된 34곳 중 서울에 22곳 편중
현재 전국 42개 자사고 중 81%인 34개교가 MB정부 때 자사고로 지정됐고 이 가운데 22곳이 서울에 몰려있다.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경희고·배재고 등 8곳도 모두 MB 때인 2010년부터 자사고로 운영됐다. 교육부가 상산고를 구제하면서도 안산동산고의 지정취소 결정에는 동의한 이유가 MB때 설립한 자사고가 타깃이란 교육계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산동산고는 2010년부터 자사고로 운영됐지만 상산고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된 이른바 `원조 자사고`에 해당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해 지역에서 명문고 역할을 하는 학교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일반고 황폐화와 고교서열화를 초래한 자사고는 MB때 과잉 설립된 학교들”라고 지적했다.
상산고처럼 평가과정에서 재량권 남용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교육부가 교육청의 평가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단체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교육부가 전국 단위 자사고인 상산고는 남기고 광역 단위 자사고인 안산동산고는 탈락시켜 광역 자사고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 이들은 “광역 단위 자사고인 서울 자사고 8곳도 최종 탈락하는 결과가 예상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