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예금 해지하래요'…피싱 신고전화에 계좌정지 등 신속대응[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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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기자I 2026.02.12 05:51:01

[AI발 피싱의 진화(하)]②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센터 가보니
"밤낮 없이 언제나 비상"…`피싱 대응` 최전선은 오늘도 치열
"피싱 대응, 신속함이 생명…잠시도 긴장 못 늦춰"
신고 응대율 99.7%…통합대응단 출범 이후 약 40%↑
전화 한 통으로 계좌 지급정지, 악성 앱 삭제도 ...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멍청한 사람이나 피싱사기를 당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든 당할 수 있는 게 피싱사기입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24시간 상담센터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가 피싱 범죄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24시간 상담센터에서 직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무슨 전화라고요?”…빗발치는 피싱 피해, 대응단 ‘북새통’

실제 이데일리가 방문한 통합대응단 센터 내부에선 “어디서 전화를 받으셨다고요?”, “그 앱은 바로 삭제하셔야 해요” 등 상담 직원들의 목소리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전화를 건 사람들의 다급하고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상담센터에 있는 44명의 상담직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통화에 집중하며 말을 이어가면서 상담 내용을 기록했다. 통합대응단 관계자는 “피싱 신고 전화의 80% 이상이 주간 시간(오전 9시~오후 7시)에 집중돼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며 “피싱 범죄 대응은 신속함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재진이 센터에 머무는 도중에 “신용카드 회사에서 3억원이 들어 있는 정기 예금 통장을 해지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50대 남성 A씨의 전화가 연결됐다. A씨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은 상담 직원은 곧바로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그날 오전 ‘신용카드가 발급됐으니 확인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A씨는 카드 발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카드사 직원을 사칭한 B씨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정보를 입력할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A씨는 홀린 듯 곧장 B씨의 말을 따랐다고 했다. 그러던 중 B씨가 ‘정기예금을 해지하라’고 요구하자 이상함을 느낀 A씨는 112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고 상황실 직원은 통합대응단으로 전화를 넘겼다. 자초지종을 파악한 상담 직원은 A씨를 진정시키고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발신 번호를 차단했다. 또 A씨의 모든 금융 계좌를 지급정지 처리했다. 이 절차가 몇 시간 안에 이뤄지며 피싱 피해를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통합대응단 상담센터에 설치된 실시간 현황판. 응대율이 99.7%로 나타나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통합대응단 출범후 응대율 늘어…예방도 총력

‘경제적 살인’이라고도 불리는 피싱 범죄가 고도화하며 피해액이 급증하고 사회적 폐해가 커지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피싱 범죄에 통합대응단도 쉴 새가 없다. 통합대응단은 지난해 10월 경찰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범정부적으로 피싱범죄에 대한 빠른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신고 응대율은 99%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화가 걸려 온 뒤 30초 이내 통화가 이뤄지면 응대가 된 것으로 간주한다. 대응단 직원 모두가 피싱 범죄 대응에 매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합대응단 출범 전 50~60%에 머물렀던 신고 응대율이 기관 연계가 원활해지면서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합대응단의 활동은 전화상담에 그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전화를 하면 상담 직원과 금융기관 등의 3자 통화 뿐만 아니라 피해 방지의 핵심절차인 계좌 지급정지도 즉각 가능하다.

최근 몇 년새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신종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동통신 3사와 협업해 신종 피싱 범죄 예방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악성 앱을 설치한 가입자를 파악하고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자에게 즉시 악성 앱을 삭제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통상 악성 앱이 설치되고 이틀 안에 피싱 범죄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모든 절차가 촌각을 다퉈 진행된다.

발빠른 대응 덕에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피싱 범죄 특별단속 기간인 지난해 9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피해액은 10% 감소했다. 통합대응단은 대포폰 등 범행 수단 18만 5134개를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통합대응단의 신고 대표번호는 ‘1394’다. 숫자 1394는 ‘일상(13)을 구(9)하는 사(4)람들’이라는 뜻이다. 범죄 초기 단계에서부터 신속하게 개입해 ‘국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는 통합대응단의 의지를 담고 있다.

통합대응단 관계자는 “피싱사기는 한 번 당하면 본인을 자책해 영혼을 갉아먹는 범죄”라며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나 문자는 일단 의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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