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구 전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재산 상속 과정에서 상속권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한 이가 제기하는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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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LG 측은 “유언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은 고인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어 이미 제척기간(3년)이 지났다”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당시 유가족은 수차례 협의를 통해 해당 재산을 분할해 구 회장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을,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각각 받았다.
만일 세 모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상속 재산을 재분배할 경우 LG그룹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를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지주사는 계열사를 경영하는 구조다. 현재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총 15.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영권 관련 지분 8.76%를 구 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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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그간 ‘장자 승계’ 원칙을 기반으로 가족 간 협의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해 온 LG가에서 상속 분쟁이 생긴 것은 이례적이라고 본다. LG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구 회장은 최대한 대화를 통해 불화를 해소하고 가족간 화합을 도모하고자 지난해부터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화(人和)를 강조하고 가족애를 중시하던 LG그룹 입장에선 기업 문화에 손상이 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상속 관련한 분쟁을 잘 화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본래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그러나 구 전 회장이 불의의 사고로 장자를 잃으면서 전통인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자 지난 2004년 구 회장을 양자로 입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