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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FTA대응 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리는 한미 FTA 공청회 회의장 앞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공청회는 오전 9시30분에 시작됐다. 농민들은 공청회장에서 “농·축산업은 반토막이 났는데 무슨 상호호혜적인 협상인가”라며 “농·축산업 죽이는 협정을 폐기하라. 공청회 그만하라”고 외치면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트럼프의 폐기 협박에 굴복해 한미 FTA가 추가 개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협하며 공청회를 강행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협정 폐기를 불사하면서 트럼프의 강도적 통상 압력에 제대로 맞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이번엔 얼마나 더 미국에 퍼줄 것인가”라며 “우리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대변인은 “지난 5년간 한미 FTA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협박에 따라 꼬리를 내리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요식행위로 공청회가 진행될 경우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을 경우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앞서 산업부는 10일 오전 9시 반부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연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달 4일(현지 시간)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에서 미국과 한미 FTA 개정 절차를 밟기로 합의한 이후 통상절차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개회사를 한 뒤,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한미 FTA 개정 추진 경과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이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내용을 발표한 뒤 2시간 동안 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한미 양국 합의 이후 산업부가 이들 국책연구원 3곳에 연구를 의뢰한 것이다. 미리 공개된 요약본에 따르면 한미 FTA 개정협상을 하더라도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민감품목의 추가개방 수준이 향후 협상의 뇌관이 될 것이란 게 결론이다.
산업부는 한미 FTA 개정 관련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에 대해 “제조업 추가 개방 시 양측의 잔여 관세 품목이 제한적이고 잔여 관세율도 낮아 (국내 시장에 피해를 입히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책연구원 측은 “농업부문이 가장 민감한 분야”라고 입을 모았다. 쌀을 제외한 일부 농산물 민감품목을 추가 개방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공산품이 아니라 미국 기업이 돈 벌 수 있는 농산물 분야 등으로 요구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고추, 마늘, 양파 등 118개 품목의 경우 15년 이상 장기적인 철폐 기간이 설정돼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농업 관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부는 농업 부문을 추가로 개방했을 경우 나타나는 피해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 보고서 중 제조업 부문에 대해서만 공개했을 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일 공청회에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요약본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10일 공청회가 불발되거나 국회 보고일이 미뤄질 경우 협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통상절차법에 따르면 경제적타당성 검토, 공청회, 국회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한미 FTA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11월 말까지 국회 보고를 끝내기로 했다.
산업부는 “공청회에 추가해 각 업종별 유관부처 주관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한미 FTA 개정 관련 논의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일 공청회는 무엇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불만을 듣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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