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하우스가 글로벌 곳곳에 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지스자산운용이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수준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사모펀드(PEF) 특성상 투자금 회수에만 방점을 찍으면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긴 했지만 흥국생명이 입찰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PEF 힐하우스, 이지스운용 인수 '우협' 선정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전날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해 통보했다.
힐하우스가 이번 거래에서 내세운 무기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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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힐하우스는 미국·동남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EMEA)에 걸쳐 국부펀드, 연기금, 대학 기금 등 초대형 투자자들의 자본을 운용하고 있다.
대표 투자 사례로는 텐센트 초기 지분 투자,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JD닷컴(징동닷컴), 싱가포르 소재 물류 창고 운영업체 글로벌 로지스틱스 프로퍼티스(GLP), 일본식 소매업체 미니소,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 등이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지난 2018년 글로벌 부동산 미디어 IREI 발표 기준 '아시아 지역 부동산 운용자산 규모(AUM) 4위'를 기록했다.
힐하우스는 이지스자산운용을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과 연결해서 글로벌 자금 조달력과 투자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번 인수를 주도한 곳은 힐하우스가 지난 2020년 실물자산 투자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라바파트너스'다.
부동산 전문 자회사 라바파트너스는 일본·인도·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투자를 확대해왔다. 물류,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문이 투자 대상이다.
라바파트너스는 힐하우스 파트너이자 실물자산 투자 전문가인 조 개그넌이 이끌고 있다. 그는 라바파트너스 공동 대표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실물자산·부동산 투자 플랫폼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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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08~2012년까지 공동 대표, 2012~2020년까지 단독 대표를 맡아 다양한 부동산 플랫폼 투자를 주도했다.
그 전에는 GE 리얼에스테이트 도쿄에서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로 근무하며 한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의 투자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국 시장과 네트워크를 지속하면서 투자 기회를 발굴해 왔다.
조 개그넌은 2020년 라바파트너스에 합류한 후 힐하우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실물자산·부동산 투자 역량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데이터센터, 리빙(주거시설), 뉴이코노미 등 신규 섹터로의 분야 확장도 이끌고 있다.
샘티·유니롯지 등 '아시아 부동산 플랫폼' 확장 경험
앞서 힐하우스는 아시아에서 부동산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경험이 있다. 작년 10월에는 일본 주거·호텔 개발 디벨로퍼인 샘티홀딩스를 인수해 아태지역 투자·운용 역량을 강화했다.
샘티홀딩스는 일본에서 주거 및 호텔 개발사업을 해온 디벨로퍼다. 샘티홀딩스는 라바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샘티 그룹이 보유한 자산과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호스피탈리티 펀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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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주체는 샘티그룹에서 부동산자산 운용 및 관리를 담당하는 샘티 AMC다. 샘티 AMC는 라바파트너스와 힐하우스가 함께 구축한 아시아태평양 실물자산 투자 플랫폼 내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힐하우스는 호주 최대 학생주거 운영사 유니롯지도 인수해서 호주 전역에 운영 플랫폼을 확장했다. 유니롯지는 학생 전용 숙소를 제공하며, 호주와 뉴질랜드 주요 도시 및 대학 근처에 11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힐하우스라는 글로벌 투자 플랫폼을 만나면 향후 투자 전략, 해외 확장 속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경기 침체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생존을 위한 변화가 필요했던 만큼 글로벌 투자자와 연결되면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힐하우스 측은 "우리 회사와 라바파트너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물류, 데이터센터, 리빙,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동산 자산군을 발굴하고 확장한 경험이 있다"며 "이런 역량은 이지스자산운용이 향후 신규 비즈니스 라인을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데 실질적 지원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힐하우스가 인수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일단 해외 자본이라는 점에 대한 거부감이다. 게다가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PEF에 대한 이미지가 '먹튀'로 규정된 만큼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투자원금 회수가 우선순위에 놓이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모펀드(PEF)가 지배회사가 되면 이지스자산운용의 독립적 경영과 운용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된 한화생명·흥국생명 등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그룹의 경영 방침에 영향을 받는 만큼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상업용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면 자금조달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겠지만, 경영 개입 우려도 있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힐하우스의 인수가 더 나은 선택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흥국생명이 이번 입찰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인수 과정에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초 주주대표와 매각 주관사는 본입찰을 앞두고 소위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며 "그러나 매각 주관사는 본입찰 이후 우협 발표를 미루더니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며 인수 희망 가격을 본입찰 최고가 이상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고, 본입찰 실시 27일 만에 힐하우스를 우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입찰에서 주주대표와 매각주간사가 보여준 기만과 불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