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트럼프 새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두고 국제질서 변화에 따른 한국경제를 진단했다. 최 회장은 세계경제 질서를 올림픽 종목에 빗대며 “마치 씨름에서 수영으로 경기 종목이 바뀌는 것과 같다”며 “씨름을 잘해왔던 선수라도 (씨름 방식으로) 수영에서 경쟁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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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제시한 한국의 대응책은 △글로벌 경제연대 △해외투자 다각화, 문화 경쟁력(소프트 파워) 체계화 △해외 시민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 등이다. 현재 세계경제의 룰을 결정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이다. 한국이 혼자 힘으로 국제질서를 바꾸기 어렵다면 일본과 파트너십으로 연대해 경제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한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해외에 전략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크게 성장했을 때 엔비디아 안에 대한민국의 포션(투자 비중)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투자 다각화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AI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한 컨센서스, 즉 국가 차원의 전략이 중요하다”며 “‘모든 것을 다 잘하겠다’가 아니라 그중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AI를 활용해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제조 AI’와 ‘한국 차원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에너지 조달과 관련해 최 회장은 “한국은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AI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식의 그리드 시스템이 아니라 분산 전원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상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상품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프트 파워’를 언급하며 “한식의 경우 요리법, 먹는 방식, 식기류나 부엌의 구조,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훈련 등을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세계화하면 그로 인한 부가가치도 막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출생 고령화 시대 속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해외 시민을 유입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인구의 약 10%인 500여만명의 해외 인력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외 시민을 장기 거주시켜 국내에서 일도 하고, 세금도 내고, 소비도 늘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체계적인 방법론을 갖춰주면 사회적 비용(소셜 코스트)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