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위원들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유의미한 질문 대신 증인들을 향해 윽박지르기 바빴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가장 전투력 높은 의원들을 전진 배치했다고 자부했지만 그 전투력은 증인·참고인으로 나온 이들에 대한 조롱에서 빛을 발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증인들이 불성실하게 답변했다거나 의원들의 말을 끼어들었다며, 버릇없는 아이를 혼내듯 10분간 ‘벌 퇴장’을 명령했다. 이를 두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쉬고”라며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라”고 농담을 했다.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놓고선 취지에 맞지 않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겠다며 “필승”을 외치고 거수경례를 한 의원도 있었다. 청문회장을 자신들이 언론의 관심을 한번 더 받기 위한 자리로 전락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도 문제였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핵심 증인들은 시작부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들은 증인 선서를 하지 않고도 성실히 답하겠다고 했으나 약속과 달리 청문회 내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1시까지 진행된 채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 특검법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채해병의 죽음과 수사에 대해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것은 없다. 게다가 특검법 역시 대통령 거부권으로 인해 빛을 보기 어렵다. 21살 해병의 억울한 죽음 앞에 정치권은 무능하고 군은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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