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S급 인재' 타깃, 돈다발 푸는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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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6.03.12 05:30:03

한국서 채용 시장 연 글로벌 반도체 빅테크들
연봉 3억~4억 제시, R&D 인재 유혹
이공계 인력들 이민 문의도 줄이어
中企는커녕 삼전·닉스도 돈싸움 밀려
정부 차원 S급 인재 보호 대책 절실

[이데일리 김정남 송재민 기자] 직장 생활 20년차인 40대 중반 B씨는 글로벌 반도체 빅테크의 한국지사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IT 대기업 등에서 일했다가, 헤드헌터의 제의를 받고 또 이직을 했다. 그는 “연봉 외에 근무 환경, 조직 문화 등이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여러 해외 관련 기회들이 많다”고 했다.

온라인 미국 이민 카페에는 훨씬 적극적인 구직 문의가 많다. 대기업 근무 경력만으로 기업 스폰서 없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NIW’ 제도에 대한 현직 엔지니어들의 문의가 다수다. 이에 “10명 중 4명 정도 된다” “다수의 전문 변호사를 만나보라” 등의 답변들이 줄을 잇는 식이다. 반도체업계 한 고위인사는 “A급 인재는 국내 대기업 임원을 꿈꾸고 S급 인재는 해외 취업을 꿈꾼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도체 빅테크들의 한국 인재 ‘러브콜’이 줄을 이으면서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 등을 탐내고 있는 것이어서,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 빅테크들이 최근 한국에서 잇따라 채용에 나서고 있다. HBM 개발 엔지니어, 3D D램 연구개발(R&D) 인력 등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HBM이 핵심 중의 핵심 부품으로 급부상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설계, 공정, 패키징 경험 등을 두루 갖춘 ‘실전형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연봉만 20만~30만달러대다. 많게는 4억원이 훌쩍 넘는다.

또 다른 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이어 해외까지 이중으로 인력 유출 압력을 받는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들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6’에서는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업체들 부스에 근무 여건 등을 묻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 체류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191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의 42.9%는 3년 내 외국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전 요인(66.7%·3순위까지 합), 연구 생태계·네트워크(61.1%), 기회 보장(48.8%), 자녀 교육(33.4%) 등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상황이 이렇자 반도체 인재 유출을 기업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좋은 보상과 환경을 제공해 인재들이 남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며 “특히 엔지니어들의 노후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 등과 같이 정부가 ‘반도체기술인공제회’를 만들어 운영하면 국내에 오래 남을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최근 본지 기고에서 “국내 기업에서 20년 이상 연구개발 활동을 한 인력을 ‘국가핵심 연구개발 인력’으로 선정하는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대만의 산학연 협력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만은 과학단지 내에 대학 연구실, 연구소, 기업 공장 등이 도보 거리로 연결돼 있을 정도로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여 왔고, 여기에 정부가 공동 R&D 보조금 등을 대거 지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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