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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금융정보제공업체 프리퀸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동남아시아의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40억달러(약 5조 25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65%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하반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주요 지역별로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자금 조달이 각각 70%, 65% 감소했다.
글로벌 금리인상, 우울한 경제전망 등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깐깐해지면서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축소하거나 중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기반 투자자들이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제네시스 알터너티브 벤처스의 마틴 탕 파트너는 “더 어려워진 경제 전망을 감안해 많은 벤처 자본가들이 신규 자금조달 거래에서 포트폴리오 관리로 초점을 옮겼다”고 말했다.
아세안 지역의 대표 스타트업인 ‘그랩’과 ‘고투’의 부진한 실적도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주저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의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그랩은 지난달 18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을 발표하며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총거래액이 49억 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에 실적발표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15% 가량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업체 고투 역시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온라인 거래액이 전년 동기대비 6% 늘었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또한 두 회사의 주가는 지난 1년 반 동안 최초 공모 이후 절반 이상 떨어졌다. GMO 벤처 파트너스의 창립자인 류 무라마츠는 “그랩과 고투는 비상장 스타트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투의 전자상거래 감소는 파급 효과를 일으켜 광고, 물류 및 택배 서비스에서 디지털 결제에 이르기까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의 벤치마크를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신생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 딜스트리트아시아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195건의 스타트업 자금조달 거래 중 5000만달러 이상을 모금한 건 5건에 불과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20건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75% 줄어든 수치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500글로벌의 비샬 하르날 파트너는 “투자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실사도 모든 단계에서 과거보다 일반적으로 2~3배 더 오래 걸린다. 작년에 1~4주 만에 완료된 초기 단계 거래가 이제 최대 3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