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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있는 곳에 과세"…IT 공룡 겨냥한 G20, 조세피난처 단속 나선다

김보겸 기자I 2021.07.11 14:42:10

G20, 법인세율 최소 15% 설정하기로
디지털세 합의안에 조세회피 막는 방안도
옐런 "자멸적인 조세경쟁 종지부" 환영

G20 재무장관들이 최소 법인세율 설정을 합의하기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모였다. 이탈리아 경찰이 회의장 주변을 순찰하는 모습(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주요 20개국(G20) 경제 수장들이 법인세율을 최소 15%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서류상 회사를 두고 세금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모인 G20 재무장관들은 9일부터 10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된 회의에서 디지털세 합의안을 큰 틀에서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인 코뮈니케에서 “수년간의 논의 끝에 더 안정적이고 더 공정한 국제 조세제도에 합의했다”며 “다국적 회사가 얻은 이익의 재분배와 효과적인 글로벌 최저한세라는 두 가지 핵심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세 합의안에는 다국적 기업에 최소 15% 이상의 법인세율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다국적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국가나 지역에 자회사를 두고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고정 사업장이 없는 기업들이 서버가 있는 본국뿐 아니라 실제 이윤을 내는 지역이나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면서다.

디지털 과세 대상은 매출액 27조원, 영업이익률이 10% 넘는 기업 100여군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지난 1일 139개 참여국 가운데 130개국 서명을 받아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법인세가 12.5%에 그쳐 대표적 저세율국으로 꼽히는 아일랜드 등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

현행 과세제도가 경제 세계화와 디지털화 등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각국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곳곳에서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이 붙었다. 하지만 기대한 효과는 나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국민과 노동자, 인프라 투자 등에 필요한 재원이 사라지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주요국 재무장관들은 G20 차원의 글로벌 조세 개혁안 지지를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 합의안이 “자멸적인 국제 조세 경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100년 만에 한 번 오는 개혁의 기회”라며 “후퇴는 없다. 디지털 공룡들은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재정이 급속히 악화돼 재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하면 추가 세수가 연간 1500억달러(약 1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제 개혁안은 세부 핵심 사안에 대한 OECD 차원의 추가 조율을 거쳐 오는 10월 30~31일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후 각국의 관련법 개정 및 의회 비준 과정을 거쳐 2023년 발효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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