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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고과에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소통이 중요한데 내가 경험한 ‘인사고과를 위한 재교육(Appraisal Refresh)’이 유용했다. 매년 두 차례 인사고과 시즌이 시작되면 평가자들을 모아 진행하는 교육이었다. 거의 반나절 동안 진행됐는데 먼저 인사고과 일정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개인별 평가, 부서별 결과 취합, 부서간 균형을 맞추는 조정(leveling), 그리고 연봉·보너스·승진 결정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모든 나라가 동일한 일정으로 진행된다. 그 다음에는 인사고과를 왜 하는가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다뤘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통해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평소에 주기적인 1:1 미팅이나 중간 피드백을 통해 해 오던 성과관리의 연장선에서 진행돼야 하고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를 해서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 미리 설정한 목표에 맞춰 평가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주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었다. 먼저 각자 기억나는 인사고과 경험을 공유했다. 그리고 피평가자와 면담을 하기 전에 어떤 준비할 항목, 제3자의 피드백을 받는 방법, 대화 중 조심해야 할 사항, 여러 명을 평가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결론을 정리했다.
교육 내용 중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부분은 ‘어려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How to give difficult messages)’이었다. 단점을 지적해야 한다거나 어쩔 수 없이 낮은 평점을 줘야 한다든가, 승진 추천에서 누락된 사실을 알려야 하는 등 난처한 내용을 전달하는 훈련이었다. 이런 대화를 위해서는 맥락이 있어야 하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상대방(피평가자)의 입장을 경청해야 한다. 특히 이런 훈련을 롤-플레잉(Role-Playing) 방식으로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난처한 메시지를 이야기해 보고 상대방의 반박에 대응하는 연습을 미리 해보는 것이다. 참석한 동료들끼리 서로 피드백도 주고받았다. 이런 연습이 나중에 실제 인사고과 면담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나의 미국인 상사는 이런 부분이 잘 훈련된 사람이었는데 나의 부족함을 지적할 때도 ‘너답지 않다, 너는 더 잘할 수 있는데’처럼 말해서 상처받지 않도록 했다. 내가 개선해야 할 점을 인사고과 기록에 남길 때도 ‘내년에는 이런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와 같이 기록했다. 글로벌 인사팀에서 이런 표현들을 평가 모범 사례도 뽑히기도 했다.
인사고과는 어디서나 힘든 과정이다.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실망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어려운 대화지만 잘 진행된다면 개선할 목표에 대한 동의를 이루고 평가자는 향후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사고과 제도를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평가자를 위한 교육훈련을 잘 하는 것도 인사고과를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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