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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다녀라” “버스하우스 공급”…민심 긁은 ‘말·말·말’[부동산취재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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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I 2026.08.15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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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부터 8·13 공급 대책까지…정치권 입도 ‘들썩’
정책 설명·여론 다독이기이나 되레 민심 자극하기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8·3 세제개편안부터 8·13 주택공급대책까지,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연달아 발표된 가운데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부동산 민심을 흔들었습니다.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거나 불안한 여론을 다독이려는 의도였지만, 때로는 성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붓고 과거 뼈아픈 어록을 소환하기도 했습니다. 정책은 ‘숫자’로 이뤄져 있지만 기억은 ‘말’로 남습니다. 요동치는 부동산 정국 속 시선을 모은 발언들을 짚어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李대통령 “세금 바꾸면 욕먹는다, 기어다녀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세금 만지는 사람은 (세법을)바꾸면 반드시 욕을 먹게 돼 있다”며 “바꿔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바꿔서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게 돼 있으니 무조건 기어서 다니시라”고 당부했습니다.

8·3 세제개편안 추진 과정에서 조세 저항과 국민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한껏 낮추고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됩니다. 세금 문제, 특히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자산 증감과 직결되는 만큼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정치적 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녹아있는 발언입니다.

황희 “폐기되는 버스, 청년 단기 주거 공간으로 제안”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글이 2030세대 민심에 불을 질렀습니다. 지난 7일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보트를 개조해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보트하우스’ 사례를 거론하며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심 내 유휴 자원을 활용하자는 선의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지만, 청년층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번듯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030세대에게 ‘버스를 개조한 집’은 주거 상향 욕구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는 탁상공론으로 비쳤기 때문입니다. 이후 SNS 등에는 ‘휠스테이트’ ‘한남더휠’ ‘래미안버스티지’ 등 조롱성 밈(MEME)이 확산되는 등 역풍이 불었습니다. 황 의원은 관련글을 삭제하고 “‘버스하우스’ 아이디어는 청년을 위한 주택 공급책의 일환이 아닌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 해명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댓글을 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댓글을 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吳서울시장 “노무현, 용산공원에 건물 짓지 말라 했다”

정부의 8·13 공급대책과 관련해 서울시와의 신경전도 엿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심 내 주택 공급 후보지로 용산공원의 일부인 용산어린이정원이 거론되자 “용산 녹지 훼손은 1cm도 안 된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도 서울 시민의 쉼터인 용산공원의 가치는 타협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친 것인데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공급 계획에 서울시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 눈에 띕니다. 오 시장은 SNS에 “노 전 대통령은 용산공원을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며 ‘지상에는 단 하나의 건물도 짓지 말라’는 원칙까지 세웠다”며 “문재인 정부 역시 이러한 철학을 이어받아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용산공원을 녹지 중심의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윤덕 장관 “‘빵’이면 밤새 찍어내겠지만”

지난 11일 있었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그때 그 발언’이 다시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 주택 공급의 현실적 어려움을 빗대 “(주택 공급을)빵 찍는 것처럼 하는 거라면 밤새 찍으면 되겠지만…”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을 지낸 김현미 전 장관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주택 공급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으나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즌2’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문재인 정부 시즌2’라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실패 원인도 규제 일변도였는데 이재명 정부는 그때보다 더 빠르게, 더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토위 전체회의 출석한 김윤덕 장관(사진=노진환 기자)
국토위 전체회의 출석한 김윤덕 장관(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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