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재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외국계 기업 인사는 “전기차 세액공제 외에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까지 없앨 수 있다”고 전했다. 북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전기차 캐즘과 트럼프 쇼크를 동시에 맞는 퍼펙트스톰(복합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업계는 자동차다. 트럼프 당선인의 ‘머스크 밀어주기’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어서다. 전기차 사업이 궤도에 오른 테슬라는 경쟁사들보다 보조금의 필요성이 덜하다. 자동차업계가 고관세 유탄을 가장 크게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자동차부품 수출액은 403억달러로 전체의 34.8%에 달한다.
현대차가 최근 예상을 깨고 사상 처음 외국인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하고 미국 외교통 성 김 사장을 영입한 것은 이와 직결돼 있다. ‘정의선의 복심’인 두 인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일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IRA보다 (수출 규모가 커서) 고관세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협상 강화를 위한 로비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보조금 폐지에 따른 플랜B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삼성, SK, LG 등 연말 인사를 앞둔 주요 그룹들은 미국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인사 전략을 급히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인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겸임하는 등 오너들이 미국 사업의 전면에 나서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 대기업 고위인사는 “설마 IRA를 폐지하겠냐는 식의 막연한 전망은 접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아메리칸대 행사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다른 것을 내주고 관세를 면제받는 것도 방법”이라며 “기술 쪽은 트럼프가 더 많은 대미 투자를 요구하는 주요 분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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