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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자마자)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는 건 그 만큼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며 “우리는 이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첨단화 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경제적 손실을 감수한 만큼 이를 미국 측에 알리고 보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높지만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쪽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파운드리 수요를 대만 TSMC에 너무 몰아주지 말고 우리도 가져오는 쪽으로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원자력발전 협력부문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 배제 정책으로 원전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 만큼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과의 협업으로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이미 동유럽 국가들과 원전 건설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다”며 “미국은 원천기술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원전 부품은 우리가 잘 만들고 있으니까 이 과정에서 부품 공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정부가 탈(脫)원전 기조 속에서도 소형모듈원자로(SMR)은 계속 장려해 온 만큼 한미 양국이 SMR 부문에서 기술협력해 발전시킨다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사업을 안정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 SMR 사업은 물론 제삼국 수출을 위해선 미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배터리 부문에서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타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테슬라가 중국 시장을 넓히다 보니 현지 저가 배터리를 많이 이용하면서 그쪽 시장이 많이 커졌는데, 국내 배터리 3사도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중국과의 가격 격차가 많이 줄었다”며 “우리 배터리가 미국 고급 전기차에 많이 장착되고 테슬라도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도 긍정 평가했다. IPEF는 미국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동남아 10개국) 등을 아우르는 경제안보협의체다.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IPEF 구상을 밝혔고 우리 정부도 최근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인 만큼 우리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 측 견제도 우려되는 면이 있다. 실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신냉전의 위험을 막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게 양국 근본이익에 관련한다며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구 교수는 이에 “우리는 이미 중국 주도로 이뤄진 15개국 경제협력체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고 있는데 미국과는 경제협력체에 함께 참가하는 곳이 없다”며 “RCEP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IPEF에 참여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봤다.
실제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및 아세안 10개국과 함께 올 초 발효한 RCEP에 가입해 있다. 또 이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호주를 비록한 여러 나라가 미국의 IPEF 구상에 포함돼 있다. 구 교수는 “(IPEF 참여 땐) RCEP-IPEF 공동 참여국과의 협력도 더 돈독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에 대해선 정치적 논리보단 경제적 논리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구 교수는 “우리는 공급망의 상당수를 중국에 의존해왔는데 지난해 이후 자동차 요소수 등 품목의 공급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로선 공급망을 다원화해 수급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는 만큼 그 차원에서 중국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왕이 외교부장의 우려 발언은 우리가 정치나 안보 측면에서 미국으로 너무 기울어지는 걸 경고하는 차원”며 “우리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건 사실 중국에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