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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출 막혀도 ‘주택경매’ 인기 여전…실거주자가 떠받친다

신수정 기자I 2021.11.28 15:20:31

25일 찾은 경매법정, 개찰 시작되자 자리 꽉 차
거래절벽에 주택 사려는 실수요자 경매로 눈길
대출규제로 투자수요 빠졌지만 낙찰가율 100%↑
입찰가격 기입,실거주 가능 여부 등 꼼꼼히 따져야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실거주용으로 아파트를 사려는데 마땅한 매물이 없어 경매장에 나와봤어요.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은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어 놀랐어요.”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만난 40대 A씨)

서울 집값 고공행진과 거래절벽이 발생하자 실수요자들이 법원 경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택과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 수요는 하향세지만, 일반 매매보단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진 실수요자가 시장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주택 낙찰가율 여전히 100% 이상…실수요자 발걸음

25일 찾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에는 경매법정을 찾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매 법원은 140여명을 수용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50여명만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막아놨다. 개찰이 시작되자 자리는 모두 메워졌고 법원 뒤편엔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매각이 진행된 사건은 총 10건이다. 용도별로는 아파트 2건, 다세대 3건, 단독주택 2건, 근리주택 1건, 임야 2건으로 구분됐다. 가장 인기를 끈 사건은 총 10명이 응찰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물건이다. 건물면적 49㎡, 토지면적 32㎡로 감정평가금액 2억 2900만의 102%인 2억 3368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감정 가격 대비 낙찰 가격으로, 낙찰가율이 100%보다 높은 것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근린주택과 아파트 낙찰가율은 대체적으로 높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건물면적 387㎡, 토지면적 186㎡의 근린주택은 감정가 12억 8716만 4400원의 123%인 15억 8900만원에 매각됐다. 서울 중구 묵정동의 건물면적 68㎡, 토지면적 40㎡ 주상복합 아파트는 감정가 5억 1200만원의 109%인 5억 569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에 참여한 B씨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뛰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참여했다”며 “낙찰받진 못했지만, 좋은 물건을 계속해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출규제 강화에도 낙찰가율 역대최고

다만 대부분 응찰자 수는 1~2명에 불과해 차분한 모습이었다. 경매 상담을 10여년째 진행해 온 현장 상담원은 “물건에 따라 응찰자수가 달라지긴 하지만 최근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경매를 찾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아파트나 주택 사건은 대체적으로 인기가 많고 낙찰가율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평균 응찰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수는 5.1명으로 조사됐다. 올해 8월(8.1명)과 9월(7.2명)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어든 수치다.

응찰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대출 규제와 주택규제가 겹치면서 투자 수요가 빠져나간 탓이다.

경매 낙찰자들은 낙찰가에서 입찰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빌릴 수 있는 경락잔금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대출의 경우 규제지역 내에선 기본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대출 비율을 적용받는다. 서울과 같은 투기지역의 경우 9억원까지 담보대출비율 40%를 적용받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5억원을 넘기면 대출이 안 된다.

하지만 자금력을 갖춘 실수요자들에 의해 100%이상의 낙찰가율을 유지 중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월(115%)보다 4.9%포인트(p) 상승한 119.9%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법원 경매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는 똑같이 적용돼 응찰자 수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실수요자분들이 경매에 뛰어들어 높은 낙찰가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입찰가격 ‘0’ 하나 더 붙이는 실수 종종 발생

전문가들은 경매에 익숙하지 않은 실수요자들이 늘어난 만큼 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찰가격에 ‘0’을 하나 더 잘못 붙여 썼을 경우 최고가로 낙찰돼 결국 수 천만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을 날리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이와 함께 경매에서 낙찰을 받더라도 당장 실거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따져야 한다. 일부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고 임대 기간을 이어가고자 할 경우 낙찰자가 이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주의사항을 잘 살피고 법원 직원의 안내에 유의해야 한다”며 “또 일반 부동산 매매에도 중개료가 들어가는 것과 같이 법원 경매시 명도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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