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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개입, 주권 위협·광기 행위”…마두로 아들 “백악관 점령할 것”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을 인용,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가 이날 “미국이 우리 조국을 더럽히면 우리의 총은 뉴욕과 트럼프를 찾아갈 것이며 우리는 백악관을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게라는 또 “당신의 문제나 해결하라. 도널드 트럼프. 당신은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비꼬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가 정치적, 경제적 불안을 겪고 있다면서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한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휴가를 보내고 있는 뉴저지주 골프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베네수엘라를 위한 많은 옵션이 있으며,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군사옵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전 세계 곳곳에 병력을 두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그곳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헤 아레자 베네수엘라 외무장관도 이날 리 맥클레니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와의 회담 이후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에 대한 공격일 뿐더러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국주의의 두목’이라고 지칭하며 “워싱턴은 중남미와 카리브 해 국가들을 둘로 나누고 역내 불안정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협박은 중남미를 갈등으로 몰아넣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블라디미르 파드리도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이 국영VTV와의 인터뷰에서 “그것(미국의 군사개입)은 ‘광기’의 행동이다. 극단주의의 끝”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군사 도발을 감행한다면 사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자주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군이 앞장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마두로 대통령이 대화를 요청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일 마두로 대통령은 새로 출범한 제헌의회 연설을 통해 다음달 미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등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그와 측근들을 대상으로 금융제재 등을 가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 반대의사 표명…美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확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당사국인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는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미국의 군사개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바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언급이 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과거 미국의 남미 내정간섭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자국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를 추방하기로 한 페루와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콜롬비아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외교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대화와 외교적 노력만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관세동맹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벤 새스(공화·네브라스카) 의원은 “마두로는 끔찍한 인간이지만 의회는 베네수엘라에서의 전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마두로 대통령은 물론 그에 반대하는 야당에게까지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미 윌슨센터의 중남미 담당 에릭 올슨 부국장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 행동을 취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중남미 동맹국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군사개입이 베네수엘라 위기 극복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 공공정책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안드레아 살다리아가 히메네스 라틴아메리카 센터 부국장도 “무책임한 발언”이라면서 “이번 주에 있었던 국가들의 외교적 노력을 모두 무색케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6일 일정으로 남미를 순방할 계획이다. 그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파나마 등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