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치매의 대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새로운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다.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치료 대상이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 등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제한되는 만큼 조기 진단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이학영 교수와 함께 치매의 초기 신호부터 진단 그리고 달라진 치료법까지 알아본다.
◇ 깜빡깜빡 건망증과 초기 치매, 어떻게 다를까?
나이가 들면서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면 단순 건망증인지 치매 초기 증상인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단순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잊었던 내용을 떠올릴 수 있지만, 초기 치매에서는 기억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힌트를 줘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병적인 인지장애의 경우 이러한 기억력 문제뿐만 아니라 날짜나 요일을 자주 헷갈리기도 하고 익숙한 길을 잘 찾아가지 못하거나 평소 사용하던 기기 사용법을 잊는 등의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의심이나 짜증이 늘거나 지나치게 무기력해지는 등 성격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인지기능의 변화가 6개월 이상 점차 심해진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다만 비슷한 증상이 치료 가능한 다른 원인들로 인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 치매 진단, 인지기능 평가부터 원인 검사까지
치매 질환의 조기 진단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호소하는 인지기능의 변화에 대해 기억력, 언어능력, 주의집중력, 판단력 등 뇌의 여러 인지기능을 체계적으로 평가한다. 단순히 점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검사 결과의 패턴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등 원인을 감별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인지기능의 객관적인 이상이 확인되면 두 번째로 원인 질환을 찾기 위해 뇌 MRI와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뇌 MRI를 통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뇌 내 질환이 있는지 살펴보고, 혈액검사를 통해 호르몬·영양·감염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과적인 요인들을 확인한다.
◇ PET 이어 혈액검사까지 ... 알츠하이머병 진단법 연구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이후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되면 세 번째로 PET 검사와 같은 뇌 내 이상 단백질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뇌 안에 이상 단백질이 서서히 쌓이면서 인지기능이나 운동기능이 저하되는 퇴행성 뇌질환은 사실 매우 다양하다. 그중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길게는 20년 전부터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통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도 질병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임상에서는 사용되고 있지 않으나, 최근에는 혈액을 이용하여 이상 단백질의 유무를 확인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선별해 내는 혈액 기반 선별법도 주목받고 있다. p-Tau217을 비롯해 p-Tau181, p-Tau231 등 여러 후보 단백질을 활용해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선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혈액검사로 뇌 내 이상 단백질의 유무나 질병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다면, 비용이 높은 PET 검사보다 검사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일부 검사의 상업화가 이미 시작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병원에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검사 표준화와 보험 기준, 후속 진료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 증상 완화 넘어 질병 진행 늦추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알츠하이머병의 진단법이 발전하는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치료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경구용 치매약은 뇌 기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보였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새로운 치료제가 도입됐다.
이 약물들 중 하나인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뇌에서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다. 경구약이 아니라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투여하며, 치료 기간은 18개월이다. 임상시험에서는 질병의 진행 속도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치료 이후 장기간의 예후를 고려하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레카네맙과 같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물을 ‘질병조절치료제’라고 한다. 이학영 교수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완치보다는 ‘덜 나빠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라며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레카네맙 치료,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상
다만 질병조절치료제인 레카네맙이 모든 단계의 치매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 내 축적이 확인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등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로 제한된다. 즉 많이 악화된 치매 환자는 적절한 치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레카네맙과 같은 알츠하이머병의 항체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에는 약물로 인한 출혈 위험성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으로 일시적인 뇌부종이나 미세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주기적인 MRI 모니터링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항응고제를 복용하거나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는 ARIA 발생 위험이 높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아직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지만,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치매 예방도 일찍부터! 40대부터 뇌 건강 관리 중요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40대부터 뇌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에 150~200분 정도 걷기·수영·자전거 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고혈당·콜레스테롤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수면 중에는 뇌 내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같은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수면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
이학영 교수는 “치매는 숨길 병이 아니다. 가족이나 본인에게 기억력 이상이 느껴진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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