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식 관리, 행정망 먹통 키워…총체적 부실

임유경 기자I 2023.11.26 17:08:18

10일 새 추가 네 건의 국가 기관 전산망 장애
새올 먹통은 라우터 포트 고장 때문으로 밝혀져
전문가들 "포트 고장은 표면적 이유"
포트 고장이 대형 장애로 이어진 게 문제
전체 시스템 운영·관리 체계 미흡 지적

[이데일리 임유경, 김가은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난 17일 지방행정 전산망인 ‘새올’이 먹통된 이후 10일 새 네 건의 국가 기관 전산망 장애가 추가로 발생하자, 전자정부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행정전산망 먹통이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 포트에 물리적인 고장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잇따른 국가기관 전산망 장애가 지속한 근본 원인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포트 오류는 빈번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제대로 대응이 안 된 것을 보면 시스템 운영·관리 체계 미흡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차세대 주민등록시스템, 전자증명서 발급 시스템까지 연달아 오류를 일으키면서 이 같은 문제 제기에 힘이 실린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발급 서비스를 재가동한다고 알린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1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민원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행정전산망 오류의 원인으로 지적한 ‘라우터 포트’ 이상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표면적인 이유일 뿐 근본 원인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행안부는 행정전산망 개편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지난 17일 발생한 장애 원인이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듈의 포트 이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비다. 라우터 포트 고장으로 대용량 패킷을 전송할 때 90%가 유실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 문제로 공무원 공인인증서인 GPKI 시스템이 정보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해 새올 로그인 장애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라우터 포트가 원인이라는 설명은 ‘단편적인 현상만 파악한 것’이라고 했다. 권현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라우터 포트가 물리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면 왜 문제가 생겼는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 데, 그 이유가 빠져 있다. 또, 문제가 생겼으면 다른 장비로 대체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게 장애가 오래 지속했는 지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발표는 문제를 일으킨 현상을 찾아낸 것일 뿐 원인을 밝혀낸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포트 오류같이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대규모 장애로 이어진 것은 전자정부 운영·관리에 구조적인 결함이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프트웨어(SW) 산업 전문가는 “포트 장애는 항상 발생 수 있는 일이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모두 대책이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시스템 구성과 관리가 체계적이라면 장애가 발생하는 즉시 원인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전산망과 정부24가 먹통된 뒤 단 10일 만에 네 건의 추가 국가 전산망 장애가 발생하면서 전자정부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공공 SW사업 예산 후려치기 △부처별 칸막이(사일로)식 시스템 운영 △국가 IT 거버넌스 부재 등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SW 전문가는 특히 거버넌스와 사일로 운영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정보관리원은 하드웨어 인프라만 관리하고 있고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각 부처와 민간 업체가 시스템 단위로 계약을 맺고 관리하고 있다”며 “지금은 통합적·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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