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국언론학회(학회장 조성겸 교수)가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방송통신플랫폼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 세미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최측이 밝혔듯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향후 미디어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다양한 전망과 논란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마련해서 미디어산업의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모색하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장에서는 학회 총무이사가 공식 사과하고, 발제자로 참석한 교수 두 명이 유감을 표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는 오류가 있으니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사과 메일을 보내기에 이르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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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회는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이종관 박사와 선문대 황근 교수의 발표 내용을 정리해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뿌리면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부정적인 효과만 알린 거죠.
보도자료에는 이 박사가 ‘매체간 인수합병의 미디어 시장 전망과 영향’이란 발제에서 ▲방송서비스 시장 시장집중도(HHI) 지수 1,393→1,785로 상승 ▲콘텐츠 측면에서의 부당한 지위남용 우려 ▲방송정책 측면에서의 케이블TV 공공성과 시청자 주권 약화 ▲소유겸영 규제 측면에서의 교차소유 금지 여부 검토 필요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관 박사는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면서 “누군가 (보도자료 내용을) 마사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분개했습니다.
이 박사는 “이번 인수합병은 긍정과 부정 비율은 5대 5, 6대 4정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SK의 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유료방송 시장 구조개편의 첫 신호탄이고, 망품질이나 소비자 편익 부분이 좋아질 수 있으며, 시장에서 퇴출되는 매체(SO)를 시장 기능이 흡수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부정적인 것은 공공성, 지역성, 경쟁제한성 등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빅딜의 효과로 긍정성과 부정성 모두를 언급하면서, 국내 방송시장의 틀을 바꾸는 일이니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정리한 겁니다.
또 다른 발제자 였던 황근 교수도 “발표를 맡으며 어느 한 쪽에 무조건 문제점이 있다고 단정적인 관점을 갖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보도자료에서는 한 마디로 나쁜 놈이다라고 해버린 꼴이 됐다”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왜 실제 발표 내용과 달리, 한 쪽 의견만 담은 보도자료가 한국언론학회 행사의 공식 메시지로 알려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행사장에서 총무이사가 ‘실수’라는 뉘앙스로 사과했을 뿐이죠.
뒷 말이 나오는 한국언론학회 세미나는 통신사 후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발제자에게 그리 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빅딜의 긍정성을 알리려는 SK텔레콤이 후원할 수도 있고, 인수합병의 부정성을 강조하는 KT나 LG유플러스가 후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에서 존경받는 교수들의 모임인 학회는 신중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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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고 해서 학문적 소신이나 중립성이 사라지고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후원주체를 당당하게 밝힌 속에서 청중이나 언론, 이해관계자들이 행사를 지켜보는 일도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이런 잡음 때문에 대기업들의 학술대회 후원이 줄어들어선 안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