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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황에 유탄 이삿짐 업계 "이사차량 개조해 화물 배송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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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기자I 2026.09.23 0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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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 비중 37%→42%
매물 감소에 집 구하기 어려워…연쇄적 주거 이동↓
경쟁 높아져 이삿짐 견적 '뚝'…점심 거르고 투잡까지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이삿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기존에 50만원을 받아야 했던 이사 견적을 35만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제시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일이 없으니 싸게라도 하려 하지만 그만큼 이사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서로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에요.”(소형 이사업체 운영 박모씨)

“이사차량 개조해 화물 배송 병행…사다리차 연쇄 폐업”

기록적인 주택난의 여파가 이사 업계로 번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올 가을 이사 수요가 이례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세 소상공인인 업계 종사자들은 과당 경쟁과 시장 구조적인 변화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자구책을 짜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소형 이사업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22일 이데일리에 “워낙 일거리가 없다 보니 600만원을 들여 트럭 뒤편의 탑차를 내리고 천막 구조로 개조했다”며 “이사 작업이 없는 날에는 지게차 상하차가 가능한 일반 화물 배송이나 용달 일까지 병행해야 겨우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고 있는 모습.(사진=함지현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고 있는 모습.(사진=함지현 기자)
일거리가 줄어드니 인건비 절감도 절박해졌다. 과거에는 이사 업무 마무리 시간이 늦어지거나 하면 인부에게 임금도 더 얹어줬으나 요새는 일당을 낮추고 현장 인력들에게 점심 식사도 제공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인프라 변화와 인력 유입도 영세 이사업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보편화와 건축 구조의 변화로 사다리차 업체들은 연쇄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소형 이사업체를 운영하는 한모씨는 “요즘 신축 아파트는 대개 시스템 창호로, 아예 열리지 않거나 베란다 자체가 없다”며 “옛날 아파트가 아니면 사다리를 쓸 수 없으니 사다리차 사장들도 많이 그만두는 추세”라고 전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심각한 구인난이다. 고강도 육체 노동을 기피하는 젊은 층이 이사 업계에 유입되지 않으면서 현재 종사자들의 연령대는 사실상 ‘마지막 세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빈자리는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이주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청소 분야는 우즈베키스탄 출신들이, 이삿짐 분야는 몽골 출신들이 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인건비는 내국인보다 4만~5만원 저렴해 업계가 선호하지만 언제든 연락이 두절될 수 있어 리스크가 있다. 한씨는 “이사 업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현장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노동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이사 업계의 한파는 지속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9~10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21%↓…“추석 이후 반전 NO”

이같은 상황을 야기한 것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다. 직방 빅데이터랩이 최근 2년 동안 9~10월 계약이 시작되는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을 분석한 결과, 2025년 2만 3148건이었던 계약은 올해 1만 8150건으로 21.6% 감소했다.

반면 계약 갱신을 선택한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계약 갱신 비율은 전체의 37.4%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42.3% 연간 4.9%포인트 증가했다. 전월세 수요 자체가 급감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으로 인해 원하는 지역에서 새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새 전월세를 구하기보다 ‘눌러 앉은’ 이들이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금리 상승과 매매시장 관망세까지 겹치면서 집을 사고팔고 이동하는 연쇄적인 주거 이동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즉 이사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면서 이동 수요가 눌려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대출 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주거 이동에 제한이 걸린 사례도 적지 않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방을 한 칸 마련해 줄 예정이었기에 있는 돈을 다 끌어 모아서 조금 더 큰 집을 매수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은행 지점을 10곳을 넘게 돌아다녔지만 대출한도 총액 탓에 대출이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추석 밥상머리 여론이 향후 실수요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현재의 부동산 불안이 대외적 여건보다 정부의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추석 전에 이사를 미뤘던 신혼부부나 직장 이동 수요 등이 연휴 이후 다시 움직이면서 거래량의 일시적 반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실거주 유예 정책에 따라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량이 다소 증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 전문위원은 “다만 과거에는 입주물량 감소와 임대차 제도 변화가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여기에 실거주 의무 강화와 임대사업자 제도 변화에 따른 임대 매물 감소,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동시에 겹쳐 있다”며 “추석 이후 전월세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이나 안정 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과거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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