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견제에 왜 소상공인이 희생하나”

김영환 기자I 2026.02.18 08:00:00

대형마트 새벽배송에 전통시장 상인들 또 우려
노동계·소상공인 반발 속 소비자단체는 환영
플랫폼·대기업 경쟁 속 중간지대 붕괴 경고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정부·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의지를 밝히면서 유통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환경 속에서 ‘규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제도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들은 강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시작하게 되면 골목상권이 위축되는 건 자명한 일이란 시각이다. 대기업 플랫폼과 자영업자 사이의 불균형한 경쟁 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이어져 왔음에도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오히려 유통 대기업의 활동 영역을 더 넓혀주는 결과 대형마트에 대한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 취임한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정책은 의도와 달리 결과가 엉뚱하게 나올 수 있다”며 “속도가 빠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쿠팡의 독과점을 막겠다고 하지만 대기업 유통사의 독과점도 만만치 않다”며 “양쪽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 자영업자들이 중간에서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주도로 법안 개정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감지된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을 견제하는데 왜 소상공인들이 희생을 당해야 하나”라며 “플랫폼만의 경쟁으로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소상공인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가속페달을 밟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오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1502개였던 전통시장은 2022년 1388개로 줄고 같은 기간 골목슈퍼도 9만개에서 4만개 안팎으로 감소했다. 현재의 규제에도 소상공인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데 새벽배송이 시행되면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 역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쿠팡을 필두로 진행되는 새벽배송 경쟁이 이미 택배 노동자의 과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마저 심야 배송에 나설 경우 심야 노동이 유통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규제 완화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낡은 규제가 일부나마 풀리면서 대형마트가 이커머스 중심 환경에서 경쟁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국 단위 점포망과 냉장·냉동 물류 인프라를 갖춘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제한으로 온라인 경쟁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가 온라인 사업으로 수익성을 회복하면 폐점이 줄어들면서 주변 상권도 살아날 것”이라며 “대형마트 점포 유지로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고 지역 일자리도 살아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구도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전국 단위 서비스에 나설 경우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쿠팡 사태로 인해 ‘탈(脫)쿠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새벽배송 조치가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상권의 힘겨루기에 큰 영향을 끼칠 거란 관측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그간 새벽배송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왔는데 대형마트들이 새벽배송에 나서게 되면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의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 단기간에 전국 단위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미 고착화된 온라인 소비 패턴을 단기간에 흔들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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